(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26일 현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레이든랩스는 최근 게이츠재단, 유럽혁신위원회 산하 EIC펀드, 네덜란드 국책 투자기관 인베스트NL, 싱가포르 바이오 투자사 클라비스트바이오 등으로부터 4000만유로(약 70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레이든랩스는 네덜란드 라이덴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호흡기 바이러스를 겨냥한 비강 스프레이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주로 코와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에 착안해 항체를 코 안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존 백신은 주사를 통해 몸 전체의 면역반응을 유도하지만, 레이든랩스는 바이러스가 처음 닿는 코 점막에서 감염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게이츠재단의 참여다. 게이츠재단은 그동안 백신 개발과 감염병 치료제, 저소득·중소득 국가의 의료 접근성 확대 등에 자금을 투입해온 대표적인 글로벌 보건 분야 투자자다. 바이오 스타트업 투자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주사형 백신이나 먹는 치료제가 아니라 코 점막에서 감염을 막는 비강 스프레이형 예방 기술에 자금을 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백신 보급이나 치료제 개발을 넘어 감염 자체를 초기에 막는 기술까지 글로벌 보건 투자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유럽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감염병 예방을 넘어 조기검진과 상시 건강관리 영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기검진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건강 이상 신호를 먼저 포착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독일 예방진료 플랫폼 써클헬스는 올해 2월 900만유로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써클헬스는 오프라인 검진센터와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스타트업으로,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로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AI를 활용해 개인별 건강관리 계획을 제시한다. 병이 생긴 뒤 병원을 찾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정기적인 검사와 데이터 분석으로 건강 이상 신호를 미리 포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스웨덴 예방의학 스타트업 네코헬스도 올해 1월 2억6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 18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네코헬스는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공동 창업한 회사로, AI 기반 전신 스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부암과 심혈관 질환, 대사질환 등 각종 건강 위험 신호를 비침습 방식으로 조기에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사는 현재 스톡홀름과 런던에서 검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기자가 10만명을 넘을 정도로 수요가 큰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고령화와 의료 인력 부족, 공공 의료 시스템의 대기 시간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가 질병이 발생한 뒤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만으로는 의료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만큼, 투자자들도 감염을 막거나 질병 신호를 조기에 잡아내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럽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흐름에 대해 "상반기 투자를 유치한 예방·조기검진 스타트업들은 병원 방문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의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상태가 악화되기 전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의료비 부담이 큰 유럽 시장에서 특히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