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스마트폰도 잠시 멈춘다…지중해 숨은 보석 '에올리에'

경제

뉴스1,

2026년 6월 27일, 오전 06:03

스트롬볼리 섬 ⓒJM

뻔한 바다와 인파로 가득한 해변에 지친 '스마트 트래블러'들을 위한 지중해의 숨은 보석이 있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거대한 섬 시칠리아가 품고 있는 비밀스러운 군도, '에올리에 제도'(Isole Eolie)가 그 주인공이다.

27일 이탈리아관광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면적의 약 4분의 1 크기인 시칠리아(2만 5711㎢)는 5개의 군도와 105개의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 북동쪽 본토와 가까운 에올리에 제도는 화산 활동으로 생긴 7개의 주요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네스코는 이 지역의 천혜의 온천과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00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노르만 양식의 고건축물부터 수중 고고학 다이빙, 향긋한 로컬 와인, 그리고 스마트폰 신호마저 잠시 숨을 죽이는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까지, 바다만큼 깊고 푸른 에올리에의 매력을 테마별로 짚어본다.

리파리 섬에서 본 불카노 섬ⓒMathia Coco

불카노·스트롬볼리, 바다와 육지에서 분출하는 대자연의 에너지
에올리에 제도의 관문인 '불카노'(Vulcano)섬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이름에 걸맞게 지금도 화산 증기와 화산 분화 구름, 유황 구덩이 등 경이로운 화산 현상을 코앞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천연 유황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제도의 동쪽 끝에 위치한 '스트롬볼리'(Stromboli)섬은 수세기 동안 규칙적으로 분화해 온 활화산 '이두'(Iddu)가 지키고 있다. 이두 산에서는 지금도 10~20분 간격으로 용암이 분출된다. 전문 가이드를 따라 어두운 밤 산에 오르면, 붉게 타오르는 주황빛 용암이 경사면을 따라 밤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샤라 델 푸오코'(Sciara del Fuoco) 현상의 압도적인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알리쿠디·필리쿠디, 자동차도, 스마트폰도 멈추는 '느림의 미학'
가장 서쪽에 자리한 알리쿠디(Alicudi)와 필리쿠디(Filicudi) 섬은 때 묻지 않은 해저 환경과 고요한 어촌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는 자동차도, 번화가도, 심지어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조차 없다.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핸드폰을 잠시 꺼둔 채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흐르는 아날로그 시간을 온전히 느끼기 좋다.

이 두 섬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신혼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선택지다.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고즈넉한 환경 속에서,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당나귀를 타고 돌계단을 오르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스냅 사진을 남기는 이색적인 로맨스를 만끽할 수 있다.

리파리 섬ⓒ JM

리파리·살리나, 노르만 성곽 아래서 즐기는 미식과 영화의 낭만
제도에서 가장 면적이 큰 리파리(Lipari)섬은 풍부한 문화유산의 중심지다. 섬 동쪽 해안에는 그리스·로마 시대 아크로폴리스 위에 지어진 노르만 양식의 '리파리 성'(Castello di Lipari)과 고고학 박물관, 노르만 대성당이 모여 있어 도보 여행에 제격이다.

남쪽의 마리나 코르타(Marina Corta) 항구 카페에 앉아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인 '그라니타'(Granita)와 '브리오슈'를 먹으며 이탈리아인들의 삶의 철학인 "돌체 파르 니엔테"(Dolce far niente,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함)를 경험해 보길 권한다. 해 질 녘부터는 라이브 음악과 함께 야시장이 열려 활기찬 분위기로 변모한다.

미식가들의 성지로 꼽히는 살리나(Salina)섬은 화산 토양의 혜택을 듬뿍 받은 곳이다. 계단식 밭에서 재배된 '말바시아'(Malvasia) 품종의 화이트 와인은 싱그러운 과일 향과 풍부한 아로마, 산뜻한 산도가 훌륭한 밸런스를 이뤄 섬의 해산물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시칠리아 전통 채소 요리인 '카포나타'(Caponata)나, 슬로푸드 인증을 받은 '폴라라의 케이퍼'(Capperi di Pollara)를 곁들인 생선 구이와 찰떡궁합이다.

특히 살리나 서쪽의 작은 해변 마을 '폴라라'(Pollara)는 1994년 작 고전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화산 칼데라가 무너져 내리며 형성된 반원형 절벽과 거대한 흰색 암벽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신비롭고 아늑한 감성을 자아낸다.

리파리 섬ⓒJM

'지중해의 비경' 속으로… 에올리에 제도 진입 및 이동법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탈리아 에올리에 제도를 효율적으로 유람하기 위한 바닷길 교통망도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에올리에 제도는 시칠리아 본섬의 주요 항구 도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 내 섬 간 이동도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어 '아일랜드 호핑 투어'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시칠리아 본섬에서 에올리에 제도로 진입하는 바닷길은 북부의 주요 항구 도시 세 곳에서 열린다. 모두 여름 성수기를 기준으로 쾌속선과 페리가 활발히 운항하며 여행객들의 접근성을 돕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관문은 시칠리아 본토와 가장 가까운 '밀라초'(Milazzo) 항구다. 이곳에서는 오전 6시 전후부터 운항을 시작해 저녁 7~8시까지 하루 약 15~20회에 달하는 선박이 상시 운항한다. 이동 시간은 쾌속선 기준 약 1시간, 일반 페리로는 약 2시간이 소요되어 세 항구 중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시칠리아의 중심 도시인 '팔레르모'(Palermo)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팔레르모 노선은 대개 제도의 가장 서쪽 섬인 '알리쿠디'와 '필리쿠디' 섬을 시작으로 주요 섬들을 차례로 기항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최종 목적지까지는 약 3~4시간이 소요된다. 이탈리아 본토와 가장 인접한 항구 도시 '메시나(Messina)'에서도 매일 에올리에행 쾌속선이 운항 중이며, 제도 내 중심지인 '리파리 섬'까지는 약 2시간 25분이 걸린다.

에올리에 제도에 입성한 이후에는 섬 간 이동이 더욱 수월해진다. 7개의 섬이 바닷길로 유기적이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쾌속선 노선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접한 섬은 최소 10분, 가장 멀리 떨어진 섬도 40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다.

이탈리아관광청 관계자는 "섬 간 이동 시간이 짧은 덕분에 '리파리'나 '살리나' 등 상대적으로 큰 섬에 숙소를 잡고, 주변의 다채로운 화산섬들을 당일치기로 유람하는 연계 여행을 수월하게 계획할 수 있다"고 전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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