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기 사망 위법 교통사고에도 처벌은 솜방망이...“반성하고 있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7일, 오전 10:45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최근 중앙선 침범과 과속, 페달 오조작 등으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의 처벌은 여전히 ‘반성’과 ‘합의’를 이유로 집행유예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고 있어, 느슨한 사법잣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김형석 부장판사)은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70대 택시기사 강모 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제한속도(시속 50km)를 배에 가깝게 초과한 시속 100km로 과속 주행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 맞은편 차량을 연쇄 충돌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강 씨는 속도를 줄이려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엑셀)을 밟는 ‘페달 오조작’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택시에 타고 있던 일본인 20대 부부가 전치 10~12주의 중상을 입었고, 이들의 생후 9개월 된 딸은 허혈성 뇌손상으로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처벌을 유예했다.

부산 남구에서도 지난 21일 78세 남성이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모녀 중 40대 어머니와 70대 여성이 숨지고 10대 딸이 다치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 운전자 역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전형적인 페달 오조작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은 고령화에 따른 운전면허 소지자 확대와 맞물려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1년 3만 1841건에서 지난해 4만 5873건으로 44.1%나 급증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착각으로 가속페달을 밟는 ‘페달 오조작’ 사고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5년간(2021~2025년) 페달 오조작 의심 사고 567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건수는 2.3배 늘어난 반면 사망자 수는 15명에서 51명으로 무려 3.4배 폭증했다.

이 중 60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가 전체의 70.5%(400건)를 차지했으며, 사망 사고로 좁히면 60세 이상이 낸 사망 사고 건수가 전체의 78.2%(93건), 사망자는 82.5%(132명)에 달해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2015년 229만 명에서 2024년 517만 명으로 9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면허 소지자 중 고령층 비중은 15%를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법부의 온정주의적 판결과 미흡한 방지 대책 탓에 무고한 보행자들과 피해 가족들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과 기술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요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도입이 추진 중인 저속(8km/h 이하) 출발 시 가속 억제 기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도로 주행 중에도 페달 오조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중·고속 주행 중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탑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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