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강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제한속도(시속 50km)를 배에 가깝게 초과한 시속 100km로 과속 주행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 맞은편 차량을 연쇄 충돌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강 씨는 속도를 줄이려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엑셀)을 밟는 ‘페달 오조작’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택시에 타고 있던 일본인 20대 부부가 전치 10~12주의 중상을 입었고, 이들의 생후 9개월 된 딸은 허혈성 뇌손상으로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처벌을 유예했다.
부산 남구에서도 지난 21일 78세 남성이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모녀 중 40대 어머니와 70대 여성이 숨지고 10대 딸이 다치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 운전자 역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전형적인 페달 오조작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은 고령화에 따른 운전면허 소지자 확대와 맞물려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1년 3만 1841건에서 지난해 4만 5873건으로 44.1%나 급증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착각으로 가속페달을 밟는 ‘페달 오조작’ 사고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5년간(2021~2025년) 페달 오조작 의심 사고 567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건수는 2.3배 늘어난 반면 사망자 수는 15명에서 51명으로 무려 3.4배 폭증했다.
이 중 60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가 전체의 70.5%(400건)를 차지했으며, 사망 사고로 좁히면 60세 이상이 낸 사망 사고 건수가 전체의 78.2%(93건), 사망자는 82.5%(132명)에 달해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2015년 229만 명에서 2024년 517만 명으로 9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면허 소지자 중 고령층 비중은 15%를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법부의 온정주의적 판결과 미흡한 방지 대책 탓에 무고한 보행자들과 피해 가족들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과 기술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요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도입이 추진 중인 저속(8km/h 이하) 출발 시 가속 억제 기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도로 주행 중에도 페달 오조작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중·고속 주행 중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탑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