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엔비디아, 대구 테슬라?…전문가들 "무리수 공약", 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7일, 오후 03:00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인들이 취임 전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메가급 투자 유치 공약을 쏟아내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를, 대구는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를 정조준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치밀한 산업 생태계 분석이 결여된 지자체장들의 무리수가 아니냐는 냉랭한 지적이 교차하고 있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에게 새만금 투자 논의를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민선9기 전북특별자치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이 당선인이 최근 미국 엔비디아 본사와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최근 방한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새만금을 잠재적 투자 후보지로 짧게 언급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 당선인은 친서를 통해 새만금을 규제 장벽이 전무한 ‘완벽한 백지’(Clean Slate) 상태의 최적지로 규정했다.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대규모 청정에너지 인프라, 풍부한 산업용수 확보 능력, 로봇 기술 실증을 위한 파격적인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구체적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격식에 얽매인 발표 대신 삼겹살을 곁들인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자”며 파격적인 소통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엔비디아는 설계 전문인 팹리스 기업으로 대규모 제조 공장(팹)을 직접 짓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 하더라도 고성능 AI 칩을 구동하고 냉각할 초고전력 수급망과 초고속 통신망,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 풀이 필수적이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당선인 역시 대구 경제 대개조를 목표로 테슬라의 아시아 제2공장(기가팩토리) 유치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들었다. 추 당선인은 취임 즉시 전담 유치단을 구성해 대구를 연간 완성차 20만 대 생산 체계를 갖춘 미래 모빌리티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추 당선인 측은 테슬라 공장 유치 성공 시 대구 지역 내 생산유발효과 50조원, 직간접 고용창출효과 13만명 등 천문학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해 지역내총생산(GRDP) 200조원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테슬라의 아시아 제2공장 건설 계획이 이미 시장에서 동력을 상실한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 정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공장 증설 계획을 전면 보류하거나 기존 기가팩토리의 라인 효율화로 선회했다. 더욱이 과거 유치전 당시 인도가 유력한 후보지로 부각됐던 만큼, 대구시가 내세우는 완성차 공장 유치 공약은 현실성이 결여된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완성차 제조 공장이 들어서려면 수백 개 부품 협력사가 유기적으로 얽힌 부품 공급망과 거대한 수출 항만이 인접해야 하는데, 대구의 지리적·물류적 여건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를 유인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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