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경제

뉴스1,

2026년 6월 29일, 오전 10:00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미국 조지아주 동해안의 도시 서배너(Savannah)는 톰 행크스 주연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배경이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검프가 앉아서 이야기를 풀어 놓던 벤치가 바로 서배너에 있었다. 벤치가 있던 광장은 다운타운의 치피와광장이다. 현대자동차는 그 서배너를 통해 검프와 먼 인연을 맺었다.

구글어스를 켜서 서배너를 겨눈 다음에 조금씩 확대해 보면 서배너 서쪽으로 이어지는 16번 고속도로변에 사각형 모양처럼 보이는 밝은색의 뭔가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 사각형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다. 주변의 삼림이나 농경지와 대비되면서 마치 불을 켜놓은 것처럼 밝게 보인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텍사스 오스틴 공항 옆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팩토리가 여의도 3배 크기로 가장 컸는데, 메타플랜트는 여의도 4배 크기여서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의 생산시설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전경.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의 2배인 메타플랜트는 공식 명칭이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Hyundai Motor Group Meta plant America)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 3월 26일 준공해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를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다. 올해 6월부터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멕시코 수출용 EV3도 생산한다.

메타플랜트라는 이름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공장'이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 그렇게 지었다. 공식적으로는 '자동화 기술, 지능화, 유연화로 제조혁신을 실현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소개된다. 약 420㎞ 거리에 기아 조지아 공장, 약 510㎞ 거리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있어서 부품 조달과 공급망 관리도 원활하다. 메타플랜트에는 철도도 들어와 있다.

2025년 3월 26일에 HMGMA 준공식이 있었다. 첫 번째로 생산된 차량 보닛에 경영진 모두가 사인을 하고 주지사와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흰 모자에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현지 직원들이 대형 성조기 아래 자리 잡고 행사 전체의 배경 역할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막 출범하고 거의 무차별로 '관세 폭탄'이 투하되던 그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5년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정의선 회장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바로 내려와서 준공식에 참석했다. 원래는 대통령을 메타플랜트로 초청했는데 현대차가 루이지애나에 제철전기로 공장을 계획한다는 보고를 받고 트럼프가 루이지애나 주지사, 의원들과 함께 정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현대차는 메타플랜트가 관세 때문에 기획됐다기보다는 향후 저탄소강, 그린스틸을 써서 자동차가 생산돼야 하므로 그에 대한 대응으로 공장 건설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메타플랜트는 싱가포르의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개발하고 실증한 최첨단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했다. 인공지능(AI), 정보통신(IT), 로보틱스, 데이터 등 기술을 융합해서 주문부터 생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어찌 보면 싱가포르 센터의 확장판, 업그레이드판이다. 연 30만대 생산 능력이고 향후 50만대까지 늘릴 수 있다. 수소 기술을 활용한 HTWO 로지스틱스 설루션을 통해 HMGMA 중심의 수소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HTWO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밸류체인 비즈니스 브랜드다.

HMGMA의 내부는 새 공장 특유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데 공항터미널에 적용되는 자연채광이 실내를 밝게 유지한다. 공장 안에 소규모 의료시설도 갖춰져 있다. 일하는 사람들도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공장노동자'들처럼 보이지 않고 약간 과장하면 컴퓨터 관리자들 같다. 모두 자기가 일하는 직장과 작업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방문객의 눈에도 보인다. 지역 특성상 이런 일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현대차에 진심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HMGMA의 생산 공정은 매우 효율적이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 대신 500여 대의 주행 로봇이 부품을 나르고 50여 대의 주차 로봇이 완성차를 이송한다. 또 완전히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을 적용해 차량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AI 기술로 생산과 품질을 관리하는 데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적용해 공장 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혁신적인 로봇 자동화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부상을 예방하는 등 놀랄 만큼 인간 중심인 환경이 마련됐다. 산업혁명 이래 지난 세기형 공장의 근로자들은 몸에 성한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노후에 고생한다. 그러나 HMGMA의 작업 환경은 근로자들의 피로와 신체적 소모를 최소화하는 모든 장치와 장비를 가동한다.

HMGMA는 제네시스와 기아 모델 생산으로 향후 생산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종도 추가해 미국 시장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게 된다.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는 그룹 최초의 통합 생산거점이다. 다른 곳에서는 아직 그다지 여의찮은 수소트럭의 운용도 늘고 있다. HMGMA의 출범으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을 합해 미국 현지에 연 100만 대 생산 체제가 구축됐다. 2005년에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지 정확히 20년 만이다.

제니의 편지를 받고 치피와광장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던 검프의 명대사가 있다. "엄마가 항상 그랬거든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아서 다음에 어떤 게 손에 집힐지 절대로 모르는 거래요." 인생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운명도 같다. 완전하게는 모르지만 매사 최선을 다하고 검프처럼 정직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정답이다. 현대차는 최선을 다해 첨단기술을 연구·개발하고 현대차다운 정직성과 성실성 그리고 현대차 특유의 미래 지향성으로 서배너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완성했고, 이제 더 먼 미래를 향한다.

opin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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