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MT가 지난 2025년 11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국제반도체박람회에서 DDR5와 LPDDR 등 D램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CXMT)
이는 AI발 공급 부족이 메모리 공급망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3사는 생산능력을 AI 제품으로 집중했고, 범용 메모리 공급은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실제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5월 말 2.10달러에서 지난달 말 20.00달러로 1년 만에 10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서버용 DDR5 64GB RDIMM 가격도 500달러 안팎에서 1200~1300달러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범용 D램 가격 상승폭이 HBM을 웃돌면서 올해 1분기에는 DDR5의 웨이퍼당 매출이 HBM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메모리도 선택지”...공급망 변화 시작
애플이 중국 메모리를 검토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외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애플 외에도 일부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산 메모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공급망 편입 여부는 정치적 변수에 달려 있다. 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는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만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대상(Entity List)에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직접적인 거래 제한은 없지만 향후 추가 제재나 의회 반발 가능성은 남아있다.
애플은 2022년에도 중국 내수용 아이폰에 YMTC 낸드플래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미국 정치권 반발과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로 계획을 철회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현재는 국방부 명단에 포함됐을 뿐 법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상태는 아니다”며 “애플의 움직임은 중국 메모리 기술력을 인정했다기보다 공급 부족 속에서 확보 가능한 물량을 찾으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 의회의 추가 규제 가능성을 감안해 정부와 미리 협의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한국, 범용은 중국?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약진은 점유율에서도 확인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 점유율은 8%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낸드플래시 업체 YMTC도 같은 기간 8%에서 13%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확대를 위해 레거시 라인을 전환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범용 시장 공백을 메웠다는 분석이다. YMTC의 커촹반 상장과 생산능력 증설도 추격을 가속화할 변수로 꼽힌다.
다만 이를 국내 기업의 HBM 경쟁력이 흔들리는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 HBM3E와 HBM4 등 최첨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첨단장비 규제로 중국의 추격도 제한적이다.
전 소장은 “HBM 경쟁력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애플이 중국 메모리를 검토했다는 것은 중국 메모리 기술력이 한국을 따라잡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해졌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HBM은 한국 기업이, 범용 메모리는 중국 기업이 각각 영향력을 키우는 이원화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기업은 HBM 초격차뿐 아니라 범용 제품의 수익성과 원가 경쟁력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