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 전 LG이노텍 대표이사가 신간 ‘조직은 어떻게 강해지는가’를 통해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조직의 경쟁력을 뛰어난 리더 개인의 카리스마에서 찾기보다 구성원의 잠재력과 조직의 힘을 끌어내는 경영 철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한국 제조업 현장에서 40여 년간 축적한 저자의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을 중심에 둔 조직’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LG이노텍을 이끌며 회사를 글로벌 부품기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이 핵심 사례로 담겼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리더십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집는 데 있다. 저자는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리더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에게 있으며, 리더의 역할은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연결의 마법사’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위해 리더가 갖춰야 할 세 가지 확신으로 △조직의 힘에 대한 믿음 △구성원의 잠재력에 대한 신뢰 △연결자로서의 리더 역할을 제시한다. 구성원을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일의 주인’으로 바라볼 때 조직 전체의 역량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과거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나를 따르라’식 리더십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대신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공행원로(共行遠路·함께 멀리 간다)’를 새로운 조직 운영 원리로 제안한다. 빠른 의사결정보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 협력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은 ‘과정은 결과로 가는 포털’이라는 문장이다. 저자는 성과는 단순히 결과를 압박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토론, 실패를 받아들이는 문화,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과정이 축적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경영철학을 실행하는 방법론으로는 ‘3D 경영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Dream(꿈), Destination(방향), Drive(실행)를 연결해 조직이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끝까지 실행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경청·인정·질문’을 의미하는 ‘청정문’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인간존중 경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강점은 추상적인 리더십 이론보다 제조업 현장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운영 원칙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LG이노텍의 성장 과정과 애플 아이폰 부품 사업 진출 사례 등을 통해 조직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다만 책은 성공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만큼 조직문화 혁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이나 실패 사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인간존중 경영이 다양한 산업과 조직 규모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으로 조직 운영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리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사람을 믿는 조직이 결국 가장 강한 조직’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오늘날 기업 경영에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