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에만 35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급증하는 반도체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제품을 더 생산할 수 있으면 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공장 건설 '속도전'을 강조한 이유다.
특히민관의 계획대로 투자와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은 현재의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할 수 없는 반도체 강국으로 대도약이 이뤄지는 셈이다.
수도권·호남권 양대 핵심 반도체 클러스터 '다극화'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분야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평택캠퍼스 및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에 203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광주에 신규 반도체 팹(Fab) 건설 등을 위해 반도체 부문에만 40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충남 천안·온양에는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팹을 구축하기 위해 56조 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 역시 총 1100조 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마련, 용인, 청주, 서남권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산 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을 위해 총 600조 원을 투입하고 청주에 약 100조 원을 투자해 낸드 신규 팹 건설과 생산 장비 도입 등 시설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남권 생산 거점 마련에 400조 원도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남광주특별시와 서남권에 조성되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에 총 800조 원을 투자,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한다. 수도권에 이어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3대 메가 프로젝트 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전남 등 서남권에 약 800조 원을 투자, 제2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2배 늘어나…팹리스 경쟁력 확보 '숙제'
이처럼 민관이 나서 대대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기로 한 데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은 세계 1위 수준이지만 경쟁 기업이 빠르게 추격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은 삼성전자가 38%, SK하이닉스가 29%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마이크론,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우리나라 기업들이 추격자에 머물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만의 TSMC가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고 팹리스 역시 엔비디아, 퀄컴, AMD, 브로드컴과 같은 미국 기업이나 대만 생태계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은 위협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미 다른 업종에서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경험했기에 선제적인 투자로 기술과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자 경쟁사들은 공격적으로 캐파(CAPA, 생산 능력)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론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PSMC를 인수했고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서 뉴욕 메가팹도 착공 중이다. 뉴욕뿐 아니라 아이다호 본사 부지에도 15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시설과 최첨단 D램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베이징 등에 팹을 갖추고 있는데 상하이에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9일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광주 첨단3지구가 AI 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와 연구산업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참 개발중이다. 2026.6.29 © 뉴스1 김태성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 나선다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에선 경기도 기흥·화성·평택, 충남 천안·온양에서 팹을 운영 중이다. 기흥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과 CSS·전력반도체 생산라인이 있고 화성과 평택에는 메모리·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있다. 또한 천안과 온양에는 패키징 라인을 보유 중이다. 또한 중국 시안에 메모리 생산라인, 쑤저우에 패키징 라인이 있고 미국 오스틴과 테일러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경기도 이천에서 D램을 생산하는 전(前)공정과 후공정을 보유하고 있고 충북 청주에는 낸드와 D램을 생산하는 전공정이 있으며 HBM 후공정을 담당하는 신규 팹을 건설할 예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단계적으로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평택, 용인 등에 구축 중인 팹 건설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5년 내 메모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주 견조하고 이런 투자가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최태원 회장)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향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새로운 생산 기반을 서남권에 동시에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에선서남권 클러스터에 팹 4기가 들어서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주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제조 공장이 들어서면 이 지역은 또 하나의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조성되면 대한민국은 반도체 산업을 수도권·호남권 양대 핵심 클러스터로 다극화하며 반도체 분야의 '대체 불가한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이날 발표된 신규 투자 계획은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상황에 적시에 대응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의 주요 인프라를 새로운 지역에서 확보, 다극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goodd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