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반도체 거점에만 3500조 투자…"폭발적 수요 선제 대응"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후 07:07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9일 내놓은 4700조원 넘는 규모의 지역 투자 계획 중 약 3500조원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짓고 있는 수도권 산업단지만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광주 등 서남권 지역에 새로운 생산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같은 수천조원 투자에 공급과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금과 같은 수요가 장기적으로 지속할지 예측이 어려운 만큼 투자를 크게 확대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전력·용수·인재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그래픽=김정훈 기자)
◇삼전닉스, 반도체 거점에 3500조 투자…광주에 신규팹 짓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AI 등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 이후 각각 2486조원, 1100조원 수준의 중장기 반도체 거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수도권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 거점을 조기 완공해 5년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공장 완공 시점도 대폭 당긴다. 당초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단 6기 팹을 2047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를 7년 단축해 2040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2045년 예정이던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2033년으로 12년 앞당긴다.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에 203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총 600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첫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첫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 등 서남권에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을 새롭게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서남권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패키징 등 후공정 팹이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핵심 제조공정인 전공정을 포함해 각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을 투자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투자에 대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충청권 거점에 후공정을 비롯한 생산역량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HBM팹에 56조원을 투입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없어서는 안 될 HBM은 반도체 칩을 적층하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며 “HBM 팹은 기존 반도체 후공정 팹과 함께 천안·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약 100조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신규 팹 건설과 생산장비 도입 등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HBM 후공정을 담당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중장기 AI 수요 불확실성…인프라 구축도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중장기 투자를 통해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과 호남을 아우르는 AI 반도체 생산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장기적 AI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메모리를 덜 쓸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메모리 3강’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단가가 치솟자, 사용량을 낮추는 기술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구글이 최근 공개한 ‘터보퀀트’가 대표적이다. 엔비디아 역시 최근 메모리 효율성을 높이는 트라이어텐션 기술을 발표했다.

이같은 흐름이 빨라질 경우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투자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는 “2030년 이후에도 반도체 시장이 무한정 커진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미국에서 현지 생산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국내 대규모)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남권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과제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겸 중앙대 겸임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지역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산업”이라며 “단순한 공장 유치에 그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와 주변 환경 조성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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