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9일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CP와 전자단기사채 합계 잔존액은 105조3178억원으로 집계됐다. CP 잔존액은 70조9673억원, 전자단기사채 잔존액은 34조6841억원이다. 지난 2024년 1월 초 증권사 CP와 전자단기사채 합계 잔존액이 37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68조원 늘어난 규모다.
단기채뿐 아니라 공모 회사채 발행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삼성증권은 최대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신한투자증권도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호황에 자금 수요 급증…단기 조달 확대
최근 증권사들이 CP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크게 늘린 배경에는 증권 업황 개선과 주식시장 호조가 자리하고 있다. 증시 상승세에 개인 투자자의 신용거래가 늘면서 증권사들의 자금 수요도 빠르게 커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신용공여 잔고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7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잔고는 이달 26일 기준 37조원까지 증가했다.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나면 개인 투자자에게 빌려줄 자금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조달 부담이 커진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 증권사의 단기자금 조달 증가 배경”이라고 짚었다.
장내파생상품 증거금률 인상과 미결제약정 증가도 증권사 조달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구조화 상품의 헤지 포지션 구축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 시장조성자 업무 등을 위해 파생상품을 운용한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주요 장내파생상품 증거금률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관련 자금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거래소가 주요 장내파생상품 증거금률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수요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증권채 공급 확대…“하위등급 부담 커질 듯”
시장에서는 증권사의 단기·장기 조달 확대가 크레딧 시장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CP와 전자단기사채, 회사채가 머니마켓펀드(MMF)와 기관 자금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다른 크레딧 채권으로 유입될 자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자금시장에서 차환에 의존해온 하위등급 기업의 유동성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단기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흡수할 경우 하위등급 기업은 CP·전단채 발행과 회사채 조달 모두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과잉 공급으로 약세를 보인 단기 채권 시장이 강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단기 시장을 통해 차환 대응에 나섰던 하위등급의 유동성 대응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JTBC 디폴트도 결국 206억원의 유동성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며 “증권사의 단기 자금 공급이 지속되는 하반기에는 하위 등급 기업간 유동성 대응력에 따른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크레딧 채권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발행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먼저 완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단기채 발행이 공격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자금시장 변동성과 조달금리 상승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통상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회사채 투자심리가 약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발행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조달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환경에서는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적극적으로 유입되기 어렵고, 단기적으로 크레딧 스프레드의 의미 있는 축소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