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만으로 24시간 가동 한계…안정적 전력공급 대책 뒤따라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6월 30일, 오전 05:04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이영민 기자] 정부와 재계가 호남을 중심으로 800조원 규모 제2 반도체 생산거점 조성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전력·용수를 비롯한 구체적인 인프라 확충계획 수립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의 전력 인프라 여건이 이미 포화한 수도권보다 낫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지만 반도체·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인프라만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운영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호남을 잇는 동서축 송전선로 추가 건설과 수처리 시설 고도화 등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인프라 확충 실행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 공장(팹·Fab)을 전남광주특별시에 짓기로 약속한 29일 오후 하늘에서 바라본 광주 북구 첨단3지구에서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첨단3지구는 두 기업의 반도체 생산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 공장(팹·Fab)을 전남광주특별시에 짓기로 약속한 29일 오후 하늘에서 바라본 광주 북구 첨단3지구에서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첨단3지구는 두 기업의 반도체 생산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도권보단 낫다지만…인프라 확충 최대 관건

정부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제2 반도체 생산거점을 위해 적기에 전력·용수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팹 4기 운영에 필요한 발전량 약 6.3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와 총 5.9GW 규모 한빛원전 1~6호기 등을 활용해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하루 65만t 규모로 추산되는 현지 반도체 팹용 초순수(용수) 수요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7개 댐 수계 조정과 기존 여유 수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수도권 전력·용수 포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력·용수가 풍부한 지역으로의 반도체 생산거점 확장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용인·평택 등 경기 남부권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안 그래도 집중된 전력망 탓에 타 지역의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송전선로를 건설 중이나 주민 반발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남 지역의 발전 설비 규모만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팹은 365일 24시간 단 한순간도 전력 공급이 끊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출력 변동이 큰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의 양뿐 아니라 원전과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모두 아우르는 전력계통의 안정화 대책이 필수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호남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요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최적의 입지이지만 전력이 1초만 끊겨도 수천억원의 웨이퍼를 폐기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론 공급하는 건 어렵다”며 “원전 등 안정적 발전원 연계와 ESS 인프라 구축과 함께 원전이 밀집한 영남 전력 공급을 위한 동서축 송전선로 추가 건설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수 확보도 과제로 손꼽힌다. 정부는 호남 지역 강을 통해 하루 100만t 이상의 용수 확보가 가능하다지만, 초순수 생산 과정에서 상당량이 손실되는 만큼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영산·섬진강 수계는 생활·농업용수와 기존 산업단지 수요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제 여유가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기후변화 등에 가뭄이 반복될 경우 지역 간 물 이용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박희등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신규 댐 건설이나 섬진·영산강 취수 확대만으로 용수를 확보하는 건 기후변화와 지역 간 갈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광주 하수처리수의 산업용수 재이용률을 높이는 등 기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다층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만 지어선 한계…젊은 인력 정착시켜야

연구개발(R&D)과 정주 여건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 확충도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전력·용수 문제를 해결해 반도체 공장을 세우더라도 설계부터 공정, 장비, 소재에 이르는 기업과 인력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고 지역 기업·대학·연구소와 연계되지 않는다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날 주거·문화·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연구 기반을 함께 확충한다는 기업형첨단도시 조성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과거 여러 지방 산업단지에서도 정주여건 부족으로 청년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많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겸 중앙대 겸임교수는 “핵심은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생태계 전반을 함께 정비하는 것”이라며 “공장을 만든 이후 실제 인력이 가족 단위로 지역에 이동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전력·용수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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