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정부가 800조 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팹 신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 등을 포함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삼성·SK의 계획까지 포함해 최대 4755조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대규모 투자와 지방 분산 전략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추진 속도와 실행 가능성에는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특히 서남권과 용인 클러스터에 필요한 6.3GW~15GW 규모의 전력과 하루 최대 150만 톤의 용수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서남권의 기존 물 부족 전망까지 겹치면서 전력·용수 등 인프라 조달이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피지컬 AI·AI데이터센터 등 3대 분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남권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하고, 용인 클러스터는 완공 시점을 7~12년 앞당겨 5년 내 국내 메모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AI데이터센터에는 550조 원을 들여 18.4기가와트(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새만금·대경권을 거점으로 AI 로봇(피지컬 AI) 글로벌 3강 도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여기에 삼성·SK가 제시한 중장기 투자 계획까지 더하면 이번 메가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4755조 원에 달한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지방투자 방향성·속도 긍정적…전력·용수 확보가 최대 난제
전문가들은 우선 지방투자라는 이번 발표의 방향성과 추진 속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지금 반도체에서 상당한 이익이 나오고 있는 만큼 투자가 빠르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방향성 측면에서는 맞고, 빨리 행동에 나선 것도 맞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생산능력을 이른 시간 안에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용인 이후 지방으로 거점을 넓혀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도 "AI 시대를 맞아 지방에 투자하는 방향 자체는 좋다"고 했다.
다만 서남권과 용인에서 동시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용수 확보가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남훈 원장은 "그 장소가 꼭 호남이어야 하느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전력·용수·인재 문제가 있고, 역대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배경도 이런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안정적인 전력 확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전력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서남권 반도체 산단에는 6.3GW 전력과 일일 65만 톤의 용수가, 용인 클러스터에는 15GW 전력과 일일 150만 톤의 용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6.3GW는 대형 원전 4기를 넘는 설비용량에 해당하고, 65만 톤은 국민 200만 명 이상이 하루 동안 쓰는 수돗물 양과 맞먹는 규모다.
용인 공급 방안으로는 2024년 시작해 2034년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통합용수공급사업의 조기 완료가 제시됐다. 서남권에 대해서는 다목적댐과 발전용수 등 대체 수자원을 활용하겠다는 방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조달 물량과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서남권 댐 여유량을 활용하면 하루 40만~50만 톤을, 수계 조정과 농업용 댐 활용을 더하면 30만 톤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며 "물 문제는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남권이 속한 영산강·섬진강 유역은 정부가 그간 장래 물 부족을 예고해 온 지역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50년 빈도 가뭄이 닥칠 경우 2030년 영산강은 연간 7000만 톤 이상, 섬진강은 5000만 톤 이상의 생활·공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준 교수는 "용인 클러스터도 지금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전력·인력·용수는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큰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를 직접 언급하면서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개발에 한창인 광주 첨단 3지구 일대 모습. 2026.6.29 © 뉴스1 김태성 기자
"메모리 투자 쏠림 위험" 경고도…"패키징·광반도체로 분산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시간표의 현실성과 함께, 메모리 한 분야에 생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데 따른 공급과잉 우려와 공급망 집중 리스크도 짚었다.
정부는 이번 투자로 5년 내 국내 메모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로 늘리고,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의 완공 시점을 각각 7년, 12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목표에 대해 "정권마다 대기업들이 수백조 원씩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왔지만 실제로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다"며 "아직은 계획 단계인 만큼 실질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력 확보 여부가 의문"이라며 "원전 등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려 해도 님비(NIMBY) 문제가 있는데, 정부가 책임지고 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박영준 교수는 "한국이 세계 D램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도 공급이 한 나라에 너무 집중되는 것은 부담이고, 마이크론에 이어 중국·일본도 메모리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공급과잉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모리에만 투자를 몰아넣기보다 광주가 오래전부터 육성해 온 광반도체나, TSMC의 핵심 경쟁력인 패키징 분야로 투자를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패키징은 메모리 제조 대비 용수 사용량이 적어 인프라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력 수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박영준 교수는 "인재는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며 "전력·용수와 마찬가지로 인력 확보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종환 교수는 "보상을 충분히 해주면 대기업 인력은 호남이든 어디든 갈 수 있다"며 "문제는 협력사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로, 중소·중견기업 임금과 성과 공유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짚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