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CVC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CVC 투자액은 2조9000억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벤처투자액(13조6000억원)의 21.3% 수준이다. 전체 CVC의 연도별 투자 규모는 2022년 2조7000억원, 2023년 2조1000억원, 2024년 2조7000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올라섰다.
2025년 대형 라운드에 참여한 주요 CVC
◇AI 대형딜이 끌어올린 CVC 투자
외형은 커졌지만 자금이 시장 전반으로 고르게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CVC 수가 전년과 같았던 만큼 지난해 투자액 증가는 신규 운용사 유입보다 기존 운용사의 대형 라운드 참여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AI 기업들이 수백억~수천억원대 자금을 흡수하며 전체 투자 규모를 끌어올렸다.
대표 사례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시리즈C 라운드에서 3400억원을 조달했다. 해당 라운드에는 삼성벤처투자, 포스코기술투자, KT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페가트론 벤처캐피탈 등 다수의 주요 CVC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또다른 메가딜 중 하나였던 퓨리오사AI도 1700억원 규모 시리즈C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대성창투 등이 참여했다.
생성형 AI 분야에서도 대형 라운드가 이어졌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620억원 규모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고, 신한벤처투자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참여했다. 이 외에도 스마일게이트인베가 참여한 마크비전이 700억원을, 삼성벤처투자가 전략펀드를 통해 들어간 셀렉트스타가 2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AI라는 테마가 워낙 강하다 보니 검증된 딜에 CVC들이 한꺼번에 달라붙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통계 수치는 커 보이지만 실제 투자가 흘러가는 곳은 훨씬 좁다”고 말했다.
◇일반지주 CVC는 집행액 감소...브랜드 있는 CVC로 선호 집중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전체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삼성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 등 일반 기업집단 계열 CVC와 달리 일반지주회사 CVC는 외부자금 조달, 해외투자, 동일집단 계열사 투자 등에 제한을 받는다. 모기업의 출자 여력과 신사업 방향에 따라 투자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지난해 말 일반지주회사 CVC는 13개사로 전년보다 1곳 줄었다. 이들의 벤처투자 집행액도 1939억원으로 전년 2451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전체 CVC 투자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과 달리 지주회사 체제 내 CVC는 오히려 보수적인 집행 기조를 보인 것이다.
운용 규모에서도 격차가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 CVC 중 투자조합 약정총액이 1000억원을 넘는 곳은 포스코기술투자, CJ인베스트먼트, 효성벤처스, GS벤처스 등 일부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기술투자가 1조원대 약정총액을 쌓은 반면 상당수 CVC는 수백억원대 조합 운용에 머물렀다.
이에 피투자사들의 CVC 선호도 역시 일부 운용사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운용 제약이 일반지주회사 CVC보다는 자금 조달뿐 아니라 대기업 고객 확보와 기술 검증, 계열사 협업까지 기대할 수 있는 CVC에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CVC는 카카오벤처스, 네이버 D2SF, 삼성벤처투자 순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후광 효과와 사업 협력 가능성이 CVC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CVC의 투자 연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연기금·기업·금융권과 함께 조성하는 ‘LP 성장펀드’의 일환으로 10여개 기업과 함께 바이오, 방산, 뷰티 등 전략산업 분야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 규모는 약 2500억원으로 협의 중이며, 하반기 중 운용사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