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 KDI 연구위원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재정경제부에서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방향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6.6.30 © 뉴스1 김기남 기자
온라인 유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는 온라인과의 직접 경쟁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기업형 슈퍼마켓(SSM)·편의점 등 근거리 기반 오프라인 유통업은 오히려 시장이 확장됐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등 현행 유통 규제를 완화하고,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온라인 지출 1% 늘 때 대형마트 매출 0.264%↓…"직접 경쟁 관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KDI FOCUS: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KDI가 2020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의 월별 신한카드 결제금액 자료를 읍면동 단위로 분석한 결과, 지역 소비자의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해당 지역의 오프라인 전체 매출도 0.18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온라인 유통 확대는 오프라인 매출을 빼앗는 '탈취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유통시장으로 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출이 함께 늘어난 것이다.
KDI는 온라인 쇼핑이 이동비용·시간비용·탐색비용을 낮추면서 소비자의 잠재 수요를 자극했고, 근린 상권 기반 오프라인 업체들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공 KDI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온라인이 100에서 110으로 늘면 오프라인은 100에서 90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단선적 시각이 많았다"며 "분석 결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시에 증가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태별로는 차이가 컸다.
지역 소비자의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채널과 대형마트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는 의미다.
반면 SSM(기업형 슈퍼마켓) 매출은 0.221%, 편의점은 0.324%, 기타 전문유통업은 0.356% 각각 증가했다. 할인점·슈퍼마켓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KDI는 "온라인 지출 증가 시 대형마트는 타격을 입는 반면 SSM, 편의점, 기타 전문유통업과 같은 근린 상권 기반 업태는 오히려 시장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매출 증가분을 요인별로 나눠보면 결제 1건당 매출이나 소비자 1인당 결제 건수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대신 업체 1개당 소비자 수가 0.045%, 업체 수가 0.152%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 확대에도 일부 오프라인 업태는 점포 수를 늘리거나 신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유통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기준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는 2018년 48조 500억 원에서 2024년 97조 7400억 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전체 유통시장 매출이 2024년 8.2% 증가하는 동안 오프라인 유통시장 매출은 2.0%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온라인 유통시장 매출은 15.0%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시장 매출 비중은 2023년 전체 유통시장의 50%를 넘어섰고, 2026년 3월에는 60%에 이르렀다.
쿠팡의 로켓배송 도입 효과도 분석됐다. 로켓배송은 전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에 추가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소비자 1인당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0.010%, 오프라인 유통업체당 소비자 수는 0.023% 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쿠팡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업체를 잠식했다기보다는 다른 온라인 업체의 매출을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다만 향후 물류체계가 더 고도화될 경우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영업 중단 예정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대형마트 규제 완화해야…전통시장은 보호 중심서 경쟁력 강화로 전환"
KDI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의 오프라인 중심 규제 체계를 문제로 지목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을 통해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지만,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현재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온라인과 대형마트가 사실상 같은 소비자 수요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에만 새벽배송 제한, 의무휴업 등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온오프라인 간 규제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마트에 있는 규제들이 불필요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새벽배송이나 의무휴업일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전통시장과 소규모 오프라인 업체에 대해서는 보호 중심 정책보다 경쟁력 강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즉시적 필요, 신선식품 직접 확인, 근거리 편의 구매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지역 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지역 특산품·즉석조리식품·커뮤니티 기반 서비스 등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오프라인 업체도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O2O(online-to-offline) 통합 플랫폼 연계,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역량 강화 등 디지털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보호와 경쟁력 강화를 모두 하고 있지만, 경쟁력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차별적인 상품을 개발하거나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 업체들만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온라인 유통채널이 확산하면 오프라인 소규모 업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쪽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KDI는 온라인 플랫폼 내부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정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장이 집중될 경우 소비자 편익이 커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입점업체에 대한 교섭력 불균형이나 유통 생태계 다양성 저해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시장 획정부터 따져야 해 적용이 어렵다"며 "경쟁당국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래상지위 남용을 더 세심하게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seohyun.sh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