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원가 압박 못 버텨"…식품업계 가격인상 도미노 현실화되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1일, 오후 03:55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눈치게임에 돌입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디다 못해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고환율과 원가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다른 기업들도 인상 시기를 두고 저울질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의 한 마트에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 제품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지난달 26일부터 칠성사이다를 비롯한 12개 브랜드의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롯데칠성은 “다른 식품업계와 달리 포장재가 전체 원재료비의 약 50%를 차지하는 음료 산업 특성상 포장재의 원재료비 상승이 이번 가격 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환율 상승으로 미국 펩시사의 제품 생산을 위한 원액 등의 수입 비용 증가와 유가 상승에 의한 물류비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돼 더는 내부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가격을 잡기 위해 상시적인 모니터터링을 이어왔다.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마진이 박한 일반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프리미엄 라인업을 신설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등으로 우회로를 찾았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토로다.

국내 식품사들을 옥죄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고환율과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불안이다. 라면, 제과, 제빵 등의 주원료가 되는 밀가루, 팜유, 설탕 등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환율이 오르면 고스란히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특히 미국-이란전으로 비닐, 플라스틱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올해 3월 기준 미터톤(MT)당 1018달러(약 156만원)를 기록해 전년 동월(638달러) 대비 59.6%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의 가격 인상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자 물꼬가 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어느 곳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먼저 총대를 매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롯데칠성이 가격 조정을 단행하면서 다른 식품기업들도 인상 시기를 눈치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미노 가격 인상이 3분기를 기점으로 봇물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당장 가시적인 인상 움직임으로 이어지기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엄중하다는 점이 변수다. 하반기 민생 경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정부가 가격 인상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우회적 압박 카드를 언제든 꺼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계치에 도달한 만큼 버티기가 길어야 한두 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원가 부담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꺾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적 압박을 받은 식품사들을 중심으로 마진 방어를 위한 가격 인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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