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눈치싸움' 줄이고 실제 공사역량 본다…공공공사 낙찰제 개편

경제

뉴스1,

2026년 7월 01일, 오후 04:00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20 © 뉴스1

정부가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규모 공공공사 입찰에서 평균 입찰가격에 가까운 업체가 유리했던 낙찰 방식을 실제 공사 역량 중심으로 바꾼다.

소프트웨어 계약 내용 변경, 물품·설치공사 혼합계약 등 계약분쟁이 잦았던 분야의 계약금액 조정 근거가 명확화되고, 자체발주 입찰공고에 대한 조달청의 시정점검도 강화한다.

재정경제부는 1일 오후 허장 재경부 2차관 주재로 '2026년 제2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공공사 낙찰제도 합리화 방안', '국가계약 분쟁사례를 통해 발굴한 제도개선', '자체발주 기관에 대한 시정점검' 등 3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사역량 따진다…100억~300억 공공공사 '기술형 적격심사' 전환
우선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공공사 낙찰자 평가 방식이 기존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에서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개편된다.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는 중소 건설업체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2020년 도입됐다. 그러나 입찰 참가자들의 평균 투찰가격인 '균형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 탓에 견적대행사에 의존한 동일가격 투찰이 늘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달청 발주 건 기준 간이형 종심제 동일가격 투찰률은 2020년 0.90%에서 2024년 3.26%, 2025년 38.97%, 올해 3월 68.96%까지 높아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전날(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 브리핑을 열고 "간이형 종심제는 입찰가격과 공사수행능력 등을 종합해 낙찰자를 정하는 제도지만, 실제로는 참여 업체 대부분이 공사수행능력에서 만점을 받는 구조"라며 "결국 균형가격에 얼마나 가까운 가격을 써내느냐가 낙찰의 핵심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영세 업체가 균형가격을 스스로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견적대행사에 의존하는 관행이 확산됐고, 대행사를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됐다"며 "그 결과 동일가격 투찰이 심화되고 공공조달 시장의 적정가격 발견 기능도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균형가격에 가까운 입찰자를 우대하는 현행 방식 대신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부터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덤핑 입찰을 막기 위해 가격뿐만 아니라 내역서를 함께 제출하는 내역입찰은 유지한다. 표준시장단가 적용 항목은 낙찰률 산정기준에서 제외해 과도한 저가 투찰을 방지한다.

공사 수행능력 평가도 강화된다. 교량, 터널, 철도 등 고난도 특수공종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공사는 기존 업종 단위 평가보다 세분화한 공종그룹 평가를 적용한다. 일반 공사는 업종평가를 유지하되 실적 만점 기준을 높인다.

현장에 배치되는 기술자 평가 항목에는 기존 현장대리인 외에 안전기술자와 품질기술자 평가가 의무화된다. 지난해 12월 도입된 시공평가도 유지된다.

부적격 업체 차단 장치도 강화된다. 조달청은 올해 7월부터 모든 적격심사 공사 낙찰예정자를 대상으로 입찰자격 사실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기술형 적격심사 구간까지 확대한다.

올해 4~6월 시범사업에서는 103개사의 입찰자격을 조사해 부적격 업체 11개사를 적발했다. 조사 이후 유사공사 대비 입찰자는 평균 457개사에서 285개사로 37% 감소했다.

사실조사로 낙찰에서 배제된 이력이 있는 업체는 향후 공공입찰 참여 시 현금 또는 보증서로 입찰보증금을 내도록 하고, 부적격이 확인되면 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번 개편안은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발주기관별 세부지침 개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시행 전까지 동일가격·동일내역 제출, 입찰자와 내역 작성자 불일치 시 입찰 무효, 균형가격 계산 시 중복가격 1개만 반영 등 단기 조치를 올해 3분기 중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 뉴스1 김기남 기자

SW 과업변경·혼합계약 분쟁 줄인다…지체상금 감면 근거도 마련
국가계약 분쟁사례에서 확인된 제도 공백도 보완된다.

국가계약 분쟁조정제도는 발주기관과 조달기업 간 분쟁을 소송 대신 행정부 내 조정 절차로 해결하는 제도다. 2014년 도입 이후 청구 건수가 늘면서 지난해에는 60건, 올해는 6월 말 기준 59건이 접수됐다. 정부는 올해 전체 청구 건수가 100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계약에서 규격이나 과업내용이 바뀐 경우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변경 범위에 '규격 및 과업내용 변경'을 명시하기로 했다. 발주기관의 추가 기능 요구나 구두 지시를 둘러싼 분쟁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물품구매계약에 설치공사가 함께 포함된 경우에는 설치공사 물량내역서 교부를 의무화한다. 태양광 설비처럼 물품 납품과 설치공사가 함께 이뤄지는 계약에서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계약 이행 지체에 발주기관 책임도 섞여 있는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감면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한다. 발주기관이 표준품셈 등 기준가격보다 낮은 단가로 입찰 공고를 낼 때는 그 사유를 공개하도록 한다.

기술형 입찰 등 난도가 높은 공사는 입찰안내서 사전 공개설명회 개최를 의무화해 입찰 전 단계에서 참여기업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계약제도의 공백, 권리보호 사각지대, 오래된 계약 관행이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사후적으로 분쟁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같은 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제도를 정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계약은 기능 추가나 과업 변경이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비용 부담을 둘러싼 분쟁이 잦았고, 물품과 설치공사가 섞인 계약도 공사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다툼이 있었다"며 "이번 개선으로 계약금액 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조달기업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계약특례 관리도 강화된다. 기존 특례 중 3년을 넘겨 장기간 운영된 특례는 유지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신규 특례는 3년 재검토 기한을 둔 뒤 필요하면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최대 운용 기간은 6년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할납품 대금은 청구 시 5일 안에 지급하도록 명문화한다.

자체발주 입찰 3만건 점검…1252건 시정 요구
자체발주 기관 입찰공고에 대한 시정점검 결과도 보고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전자조달법에 따라 수요기관 자체입찰의 법령 해석 오류 등에 대해 조달청장이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조달청은 올해 5월 말 기준 입찰공고 3만 17건을 검토해 1252건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1207건이 수용돼 수용률은 96.4%로 집계됐다.

주요 시정 유형은 공고기간 미준수가 649건(51.8%)으로 가장 많았다. 입찰참가자격 설정 위반은 488건(39.0%)이었다.

조달청 관계자는 "수요기관이 자체 발주하는 경우 계약 담당자가 자주 바뀌다 보니 공고기간을 지키지 않거나 특정 기관의 실적만 인정하는 사례, 지역제한 경쟁을 잘못 적용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며 "나라장터에 공고된 입찰인 만큼 조달청이 직접 공고하지 않은 건이라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평균 2500건 안팎의 입찰공고가 올라오는 만큼 전수 점검에는 한계가 있어 모니터링과 신고센터를 병행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같은 기관에서 같은 위반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중심으로 점검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정 공고기간을 충족하지 못하면 공고 등록이 제한되도록 나라장터 시스템을 개선했다. 입찰공고의 법령 위반 사항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허 차관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공공공사 입찰환경이 역량 중심의 공정하고 건강한 생태계로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계약분쟁 현장에서 제기된 불합리한 관행을 계약제도 개선으로 연결한 것은 공공조달 참여자들의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공정한 계약환경 구축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eohyun.shi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