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디지털 화폐 혁신, 유럽보다 2년 앞서…다음 단계는 국채 토큰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1일, 오후 05:4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무대에서 한은의 ‘프로젝트 한강’ 성과를 소개하면서, 미래 화폐제도의 청사진으로 중앙은행 중심의 ‘통합원장(unified ledger)’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화를 제시했다. 통합원장은 △중앙은행 화폐 △상업은행 예금 △자산이 하나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플랫폼 위에 공존하는 형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입법 지연 등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미래 통화제도 설계에 앞장서겠다는 신 총재의 의지가 엿보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 신현송 총재, ‘프로젝트 한강’ 성과 소개…하반기엔 국고금 사업도

신현송 총재는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개최된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신트라 포럼)’에 참석해 프로젝트 한강의 경험과 시사점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신 총재는 이 자리에서 화폐의 다음 진화 단계인 토큰화를 추상적인 구상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구현한 선도적 사례로 프로젝트 한강을 소개했다.

그는 ECB가 프로젝트 한강과 비슷한 계획을 2028년에 발표할 예정인 점과 비교할 때, 한국이 유럽보다 약 2년가량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원장을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실거래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도 최초로 시행됐다는 게 한은측 설명이다.

지난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한강의 1단계 실거래 사업에는 7개 주요 은행과 약 8만명의 이용자, 1만 2000여개의 가맹점이 참여했다. 당시 실거래 시험을 통해 ‘소각 및 발행(burn-and-issue)’ 메커니즘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화폐의 단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2단계 사업에서 참가 은행을 9개로 확대하고, 정부 재정 집행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과 공공부문 업무추진비가 첫 시험대에 오른다. 이를 통해 기존의 사후 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규칙(ex-ante)’ 중심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정 집행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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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 토큰화하고 국가 간 결제도…원화 위상 제고 기대

프로젝트 한강의 향후 계획은 단순한 지급수단을 넘어 국채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의 토큰화로 이어진다. 국채가 통합원장 안에서 발행·유통되면 대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이 동시에 처리되는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져 금융 안정성과 통화정책의 정밀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신 총재의 설명이다.

이날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통합원장은 국채뿐 아니라 ‘광범위한 토큰화된 자산(a wide range of tokenised assets)’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은은 국채 외에도 탄소 배출권과 디지털 ESG 채권에 대한 개념 검증(PoC) 실증 작업을 이미 진행했다.

한은은 또 주요국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와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 간 연계가 실현되면 외환 및 증권 결제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질 뿐만 아니라,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실장은 “원화의 국제화 개념을 조금 넓게 본다면 비거주자들이 원화 자산을 더 많이 가지게 되고 더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채 토큰화와 국가 간 통합원장 기반 결제 시스템 연계 등을 통해 24시간 거래와 같은 결제 편의성과 원할한 유동성 공급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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