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기업마저 회사채 발행을 줄이는 ‘순상환’ 기조가 시장 전반에 고착화된 가운데 외부 자금 수혈이 절실한 건설사들은 미매각 공포에 밀려 공모 시장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는 비자발적 퇴출이 이어지면서 만기가 짧은 '단기 빚'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사 회사채 발행 규모는 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320억원) 대비 39% 급감한 수치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등 특수 목적 자금 조달이나 초우량 신용등급을 갖춘 소수 대형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선 건설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회사채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사들의 자체적인 조달 여력이 쪼그라든 것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건설채 기피 현상을 뚜렷하게 보이면서 자칫 공모에 나섰다가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사채 시장은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마이너스(-) 4조9287억원을 기록했다.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다는 뜻으로 고금리 장기화 속에 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한 신규 자금 조달을 그만큼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12조8343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대조적으로 불과 1년 만에 회사채 조달 규모가 17조원 넘게 급감하며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우량 기업의 자발적 이탈과 취약 업종의 비자발적 퇴출이 겹치면서, 회사채 시장의 조달 기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여기에 하반기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 만기 물량이 2조132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 탓에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장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건설사들이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이나 단기 대출 등에 의존해 빚을 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물산(028260)과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047040), DL이앤씨(375500), GS건설(006360) 등 국내 5대 건설사만 보더라도 차입 구조의 단기화 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들 5개 사의 유동차입금(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 등 합산) 규모는 총 9조6673억원으로 전년 말(7조6503억원) 대비 2조원 이상 늘었다. 전체 차입금에서 유동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41.1%에서 48.4%로 7.3%포인트나 훌쩍 뛰었다.
문제는 이처럼 장기 채무를 단기 채무로 돌려막는 조달 구조의 단기화가 건설업계 전반의 재무 불확실성을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건설사들마저 단기 차입 비중을 늘리며 버티고 있는 만큼, 자본 완충력과 대외 신인도가 상대적으로 열위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체감 조달 환경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리를 더 얹어주더라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건설사들의 시장 접근 자체가 차단된 상태”라며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현재의 구조가 한계에 다다르면 차환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