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뒤처질까 불안한 부모들…천정부지 사교육비 낳았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2일, 오전 05:0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의 근본 원인이 부모의 ‘경쟁 압박’에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경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부모는 자녀의 사교육 ‘양’(시간)을 늘리기보다 ‘질’(비용)을 높이는 전략을 택해, 교육 불평등이 재생산된다는 분석이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성민 민간투자지원실장 등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모의 경쟁 압박이 사교육 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한국아동패널 5년 치 데이터(2018~2022년)를 활용해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느끼는 경쟁 압박과 사교육 투자 간의 관계를 실증 분석했다.

서울의 한 학원가.(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학원가.(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이미 임계점에 달한 상태다.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07년 20조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4년 29조 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 역시 22만 7000원에서 44만 2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며 가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구진 분석 결과, 사교육비 지출은 부모가 느끼는 경쟁 압박과 뚜렷한 비례 관계를 보였다. 부모 경쟁 압박 지수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사교육비 지출이 3.7~4.4%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경쟁 압박이 커진다고 해서 사교육 시간이나 학원 수 등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결과다. 대신 더 비싼 학원이나 과외를 찾는 등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집중됐다. 자녀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초조함을 느끼는 부모일수록 고액 과외나 전문 컨설팅 등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전략적 투자를 취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고비용 사교육 쏠림 현상이 철저히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좌우되며 교육 격차를 벌린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 압박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는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가구이거나 어머니가 대졸 이상인 고소득·고학력 가구에서만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위 소득 가구는 아무리 경쟁 압박을 느끼더라도 자금 제약 탓에 사교육비를 무한정 늘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교육이 부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대 간 교육 불평등을 고스란히 재생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부모들을 벼랑 끝 경쟁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을 소수의 승자만 독식하는 좁은 성공 경로와 척박한 노동시장 구조에서 찾았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 종사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5.4%에 불과하다. 좁은 문을 뚫기 위한 명문대 진학 경쟁은 더욱 가혹하다. 상위 10개 대학의 입학 정원은 전체 수능 응시자의 7.2%,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원은 2.5% 수준에 그친다.

연구진은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의 상위권 대학 집중 현상도 경쟁을 더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전체 대학에서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중은 11.2%에 불과하지만, 상위권 대학인 SKY 대학에서는 이 비중이 40.2%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입시 경쟁의 출발선이 초·중등 단계부터 과열되는 배경이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학원가 규제나 표면적인 교육 제도 개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실장은 “사교육 의존은 단순한 제도의 결함이 아니라 학벌 중심의 사회 구조적 현상”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접근성을 제한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를 완화하고, 학력·직업에 따른 사회적 보상(임금·지위) 격차를 줄이는 문화·제도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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