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지시에 따라 핸들을 꺾어 거친 노면으로 들어서자 ‘드득드득’ 잔진동이 차체 바닥을 타고 손끝까지 올라왔다. 차체는 ‘운전을 그따위로밖에 못 하느냐’고 항의하듯 덜덜 떨었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일 현대차·기아가 기자단에 공개한 남양기술연구소는 자동차가 실제 모습을 갖추기 전 가상공간과 데이터 속에서 먼저 달려보고 오류를 사전에 찾아내는 곳이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270도 곡면 스크린과 6자유도 모션 시스템을 통해 가속, 감속, 선회는 물론 노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까지 구현한다.
“실제 도로 상태를 1㎜ 단위로 스캔해 가상공간에 옮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연구원의 목소리에는 기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사진=현대차그룹)
실차로 한 두 달 걸리던 평가를 일주일 안팎으로 압축하는 이 같은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신차가 쏟아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시뮬레이터 센터 인근에 위치한 디지털 측정센터(DMC)는 사람의 눈으로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차체의 미세한 오차를 첨단 장비로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곳이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 (사진=현대차그룹)
과거에는 작업자가 자와 측정 게이지를 들고 부품과 형틀을 일일이 비교하며 오차를 재는 중노동에 내몰렸다고 한다. 지금은 로봇팔에 장착된 3D 스캐너와 정밀 센서가 부품을 샅샅이 살펴보고 설계 데이터와 곧바로 비교해 미세한 오차를 파악한다.
또한 과거에는 조립된 차량의 특정 부위가 돌출되면 도대체 어느 부품이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찾기 위해 차를 해체하다시피 해야 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부서 간에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생산 단계마다 축적된 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문제가 시작된 지점을 정확하게 역추적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디지털 측정센터 (사진=현대차그룹)
완성된 자동차는 기능에 오류가 발생하면 내장재를 뜯어내고 깊숙이 숨어 있는 제어기와 전선을 찾아내야 한다. 반면 와이어카는 모든 장치와 배선이 훤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자동차의 ‘신경망’ 문제를 한눈에 살피고 빠르게 고칠 수 있다.
연구진은 와이어카를 통해 램프, 시트, 공조장치, 충전 기능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극저온, 과전압 등 차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곤란한 상황도 일부러 만들어 각 기능을 검증한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노바랩 (사진=현대차그룹)
노바랩 한편에는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HPVC)가 적용된 와이어카가 놓여 있다. 수년 뒤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차세대 SDV의 뼈대이자 원형에 가까운 모델이다.
기존 자동차는 기능별 제어기가 차량 곳곳에 분산돼 있는 반면, SDV는 여러 기능을 고성능 중앙 컴퓨터와 구역별 제어기로 통합한다. 자동차의 신경망을 이전과 다르게 새롭게 짜야 하는 만큼 검증 범위와 복잡성도 훨씬 커진다.
개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여러 기능이 동시에 명령을 내릴 때 서로 충돌하지 않는지, 충돌할 경우 어떤 명령을 우선해야 하는지까지 수없이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동안 와이어카 단계에서 평균 150~200건의 문제점을 찾아낸다고 한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노바랩 (사진=현대차그룹)
운전자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시속 100㎞로 달리고, 수만㎞를 안심하며 주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1㎜의 오차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는 연구자들의 무시무시한 집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동차 시장은 이제 누구도 가보지 않은 SDV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집요한 검증과 혁신을 향한 집념이 전 세계 운전자 누구나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미래의 자동차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