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축소 공언 잊게 만든 ‘금리 매력’…군공, CP 조달 브레이크 풀렸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2일, 오후 06:08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주요 공제회 중 유일하게 기업어음(CP)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군인공제회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의 CP를 찍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회원기금 유입 확대로 자금 여력이 생겼다며 단기 조달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CP시장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발행 규모 확대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군인공제회 사옥 전경(사진=군인공제회)
군인공제회 사옥 전경(사진=군인공제회)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군인공제회의 올해 상반기 CP 발행 규모는 총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000억원 대비 15.4% 증가했다.

군인공제회는 시중은행과 1.5~3년 만기 약정에 따른 장기차입금을 조달한다. 약정에 따라 3개월 단위로 상환 후 재발행(차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6월) 말 기준 차입금 잔액은 7500억원으로 2회 차환 발행을 거쳐 누적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차환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보다 확연히 늘었다.

앞서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회원기금 유입 증가에 따른 자금여력 확대를 이유로 CP 발행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즉 CP 발행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지 1년 만에 되레 발행 규모를 늘린 셈이다.

통상 공제회는 안정적인 자산운용과 장기 수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단기 자금시장인 CP보다는 은행 차입 등 예측 가능한 수단을 선호한다. 실제 타 공제회들은 자금시장 경색 우려 등을 이유로 CP 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공제회 중 단기 시장에 의존하는 곳은 사실상 군인공제회가 유일하다. 군인공제회의 CP 발행량 증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군인공제회가 당초 약속을 뒤집고 공격적인 조달에 나선 배경으로 최근의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와 압도적인 금리 매력도를 꼽는다. SK하이닉스(000660)를 필두로 반도체 머니가 CP 등 단기채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우량물 중심으로 조달금리가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CP 발행액은 282조7547억원으로 전년 동기 237조 6824억원 대비 19%(약 45조원) 가량 증가했다. 시장의 실질적인 자금 유입을 나타내는 순발행액 역시 같은 기간 12조9212억원에서 15조2301억원으로 17.9% 늘었다.

특히 군인공제회가 속해 있는 최상위 신용등급인 ‘A1’ 등급 CP로의 자금 쏠림이 유독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A1 등급 CP 발행액은 260조2983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214조 8578억원보다 45조원 이상 확대됐다. 상반기 전체 CP 발행 증가분의 대부분을 A1 등급 우량 물량이 흡수한 셈이다.

비용 측면에서의 금리 메리트도 확실하다. 전날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3.14%로 국고채 3년물 금리(3.79%)는 물론 회사채 3년물(AA- 등급 기준, 4.47%) 금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장기 채권이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묶어두는 것보다, 단기 CP를 굴리는 것이 조달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는 조달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최상위 등급의 탄탄한 신용도를 확보한 군인공제회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저금리 통로’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가 있어서 CP 발행을 늘린 것은 아니다”라며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시장 금리가 워낙 매력적이다 보니 CP 발행 규모가 불가피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인공제회의 CP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로부터 'A1'을 부여받은 상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