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은 36년 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우지(소고기 기름)의 한(恨)’을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프리미엄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을 통해 명예 회복의 첫발을 떼었다면 이번에는 우지 헤리티지를 카테고리로 확장한 것이다. ‘짜르르’는 물을 버리지 않고 면수를 그대로 활용해 우지의 깊은 풍미를 소스에 배어들게 한 조리법이 특징이다. 시장 1위인 농심 ‘짜파게티’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짜장라면 시장에서 ‘우지’라는 헤리티지로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삼양식품의 이같은 행보는 ‘불닭볶음면’에 치우친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포스트 불닭’ 전략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은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에 ‘BEEF TALLOW RAMYEON SINCE 1963’ 상표를 출원했다. K라면의 원조라는 역사성을 무기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심은 1986년 출시 이후 누적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시장 1위를 지켜온 ‘신라면’의 40주년을 기점으로 헤리티지 강화에 나섰다. 농심의 전략은 신라면이라는 강력한 단일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 현지 문화와 결합해 브랜드를 다각화하는 ‘글로컬(Glocal)’ 전략이다.
그 첫 타자가 ‘신라면 골드’다. 글로벌 라면 시장의 주요 풍미인 닭고기 국물 맛을 신라면 고유의 한국적인 매운맛과 결합한 제품으로, 강황과 큐민으로 육수와 어우러지는 독특한 향을 구현하고 청경채, 계란 플레이크 등 풍성한 건더기로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신라면 로제’를 한국과 일본에 동시 출시하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대상 현지 생산 및 수출을 시작했다. 실제로 농심은 신라면 똠얌, 신라면 툼바,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다양한 글로벌 콘셉트 제품을 통해 신라면 맛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제품 라인업을 분화시키는 방식이다.
농심은 신라면을 “국경과 문화를 넘어선 글로벌 노마드 브랜드”로 재정의하고 40년의 역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오뚜기는 ‘진(진라면)’ 브랜드의 제조 노하우와 신뢰도를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뚜기는 진라면 매운맛에서 검증된 소스 배합 기술과 맛의 밸런스를 여름 계절면 시장에 이식해 ‘진비빔면’을 메가 히트 상품으로 키워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지역 특색을 살린 ‘로컬 미식’ 트렌드를 반영해 ‘진밀면’을 추가로 선보였다. 부산 밀면 특유의 면발과 소스 맛을 오뚜기 ‘진’의 기술력으로 재해석해, 소비자가 브랜드 이름만 보고도 맛을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장 익숙한 ‘진’의 헤리티지를 활용해 계절면과 로컬 미식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면업체 3사가 헤리티지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수십 년의 이야기와 기술이 담긴 헤리티지는 새로 만들 수 없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이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신제품 홍수 속에서 가격 경쟁이나 단순한 맛 차별화만으로는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때문에 수십 년간 스토리를 쌓아온 메가 브랜드는 그 자체로 강력한 진입장벽이자 신뢰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시장이 고성장 구간을 지나 성숙기에 진입할수록 브랜드 스토리와 역사성이 핵심 경쟁력이 될수 있다”며 “헤리티지 경쟁은 국내 라면 시장을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선점하기 위한 장기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