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으면 갈 데 없다"…청산 기로 홈플러스, 10만 생계 '흔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3일, 오후 03:28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홈플러스가 결국 회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대형마트 3사 중 한 축이 청산 기로에 서게 됐다. 당장 1만명가량의 홈플러스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와 입점 소상공인, 납품 농가까지 유통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 회사 하나의 부실이 아니라 지역 상권과 고용을 떠받치던 축이 무너질 사안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홈플러스 킨텍스점 폐점으로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홈플러스 킨텍스점 폐점으로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고용 넘어 생태계까지…커지는 청산 후폭풍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오전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고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성사됐지만 잔존 사업부 매각(M&A)이 이뤄지지 않은 채 매출은 줄고 급여·물품대금·조세 등 공익채권은 급증하고 있다고 봤다. 회생계획안을 이행하려면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를 조달할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청산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고용이다. 홈플러스 직영 직원은 현재 1만명 안팎이다. 지난달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으로 넘어가면서 관련 인력이 빠져나간 데다 회생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인력 이탈도 계속됐다. 이 가운데 3000명가량은 지난달 폐점이 결정된 37개 점포와 맞물려 현재 휴직 상태다. 직영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외주 인력 등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격은 홈플러스 안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 업황이 이커머스 성장과 소비 침체 속에 장기간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이들을 흡수할 만한 대체 일자리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비(非)수도권 대형마트는 단순한 유통시설이 아니라 지역 고용과 소비를 떠받치는 중심 역할을 해왔다. 홈플러스의 연간 농·축·수산물 판매액은 3조원 이상으로 이 가운데 국내산만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점포가 문을 닫으면 지역 상권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납품 농가의 판로도 함께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는 협력업체와 입점업체로도 크게 번질 수 있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협력사는 4603곳으로, 이 가운데 약 47%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판매처를 잃은 중소 협력사의 연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신선식품 협력사 182곳은 지난 1일 회생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국민신문고에 제출했다.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상품 공급을 이어온 업체들이다.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8000여개 소상공인 점포 역시 거래망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회생의 마지막 기회…2000억 확보 최대 변수

물론 아직 청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법원은 회생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폐지가 운영자금 부족에 따른 수행 가능성 결여를 이유로 한 만큼 홈플러스가 14일의 즉시항고 기간 안에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 항고하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향후 2주가 회생 여부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이 된 셈이다. 공은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의 자금 조달 협상으로 넘어갔다.

2000억원에 홈플러스의 운명이 달렸다. 메리츠금융은 10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고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집행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을 먼저 집행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회생의 문을 열어둔 것 역시 사실상 대주주인 MBK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한다.

MBK가 책임감 있게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임직원 고용 문제와 협력업체 정산도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홈플러스 사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3일 관계기관 전담반(TF) 회의를 열고 임금이 밀린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의 체불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실직 시 실업급여를 통해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를 지원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둔 중소 협력업체에는 ‘4400억원+α’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피해는 결국 고용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오프라인 유통은 산업 자체가 쪼그라들며 벌어진 일이라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같은 업계에서 다시 흡수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점 소상공인과 납품 협력사, 물류·배송 인력까지 거래망과 일자리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며 “결국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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