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키우는 차세대 기판…유리기판·FO-PLP 선점 경쟁 본격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3일, 오후 03:47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첨단 패키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결합한 초대형 칩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 패키징 기술만으로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에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징(FO-PLP)과 유리기판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FO-PLP 및 유리기판 시장은 2024년 6억5000만달러(약 1조원)에서 2030년 81억달러(약 12조6000억원)로 6년 만에 1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AI와 고성능컴퓨팅(HPC)용 제품이 전체 FO-PLP 시장 매출의 45.6%를 차지하며 시장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배경에는 AI 반도체의 대형화가 있다. AI 연산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칩 크기가 커지고 HBM 적층도 늘어나면서 기존 원형 웨이퍼 기반 패키징은 생산 효율과 발열 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FO-PLP는 원형 웨이퍼 대신 패널을 활용해 면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초대형 패키지 구현에 유리하다. 유리기판 역시 기존 유기기판보다 열팽창이 적고 평탄도가 높아 차세대 AI 반도체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TSMC는 차세대 패널 기반 패키징 플랫폼인 ‘CoPoS(Chip on Panel on Substrate)’를 개발하며 유리기판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도 2030년을 목표로 첨단 칩 전반에 유리기판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ASE와 PTI 등 글로벌 후공정(OSAT) 업체들도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첨단 패키징 경쟁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도 선제적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동우화인켐과 약 48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섰다. 세종사업장 파일럿 라인에 이어 소재 공급망까지 내재화해 사업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은 AI용 FC-BGA를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차세대 유리기판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미국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AI 메모리 시장의 장기 성장 전망도 관련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은 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뿐 아니라 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유리기판 등 AI 반도체를 뒷받침하는 부품과 패키징 분야까지 수요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유리기판과 FO-PLP는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결국 먼저 기술력을 확보하고 빅테크 고객사를 선점한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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