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국내 생산자물가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년대비 8.5% 상승한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1일 서울시내의 한 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9.82(2020=100)로 전월보다 0.8%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8.5%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올해 2월 0.6%, 3월 1.7%, 4월 2.7% 상승한 데 이어 4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5%를 기록해 5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에 힘입어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9.2%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구소는 이번 반도체 호황을 과거와 다른 ‘장기 슈퍼사이클’로 해석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은 PC, 노트북,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 개인의 수요가 2~3년 단위로 시장을 끌어올리는 구조였으나 지금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각국 정부가 차원이 다른 규모와 강도로 AI 주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2030년까지 4조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획한 점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특히 한국과 대만이 강점을 가진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일반 DDR5보다 칩 크기가 크고 공정 난도가 높아 후발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다. 주요 고객사와 반도체 제조사가 설계 단계부터 협력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도 가격 변동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혔다. 연구소는 이러한 공급 측면의 병목 현상이 향후 수년간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성장률 3.0% 전망에는 상·하방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가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반도체 수요와 설비투자, 수출이 모두 전망치를 웃돌 수 있다. 이 경우 기업과 가계 소득 개선이 투자와 소비 증가로 이어져 성장률이 3.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중동 지역 갈등이 재점화돼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거나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늦출 경우 성장률은 3.0%를 밑돌 수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치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고금리 상황이 길어져 내수 회복도 제약될 수 있다.
물가 역시 중요한 변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2.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석유류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등의 대책을 시행하더라도 지속되는 고환율과 국제유가의 하방 경직성, 내수 회복 등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변동보다 선행해 움직이는 수입·생산자 물가는 2021년 코로나19 확산 시기 수준의 고물가 초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세와 달리 고용시장은 약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연구소는 취업자 증가폭이 2025년 19만명에서 2026년 11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 등 고령화 관련 수요 증가와 소비심리 개선에 의한 숙박·음식, 도소매, 운수 등 내수 서비스업 회복세는 긍정적이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2024년 이후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역대급 호황에도 제조업 취업자가 장기간 감소하는 현상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생산 증가가 곧바로 대규모 고용 확대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동차·조선·기계·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고용 감소, 공장 자동화와AI·로봇 대체 가속화 등도 일자리 제한을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원자재·자본재 수입액이 늘어나겠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 축소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25년 1231억 달러에서 2026년 2628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