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국내 휘젓는 테슬라…“보조금 일변도 규제 손봐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5일, 오후 07:09

[이데일리 이배운 정병묵 기자] 국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테슬라가 우리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새로 받기로 한 직후 그만큼 가격을 올리며 빈축을 사고 있다. 사실상 정부 보조금으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식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안하무인식 국내 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일률적인 구매보조금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차 지원 제도를 실효성 있게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사진=AFP)
(사진=AFP)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1만 1119대로 전년 동월 대비 74.4%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5만 613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2.2% 급증했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차지한 점유율은 30.51%에 달했다. 2위인 BMW(21.27%)와 3위인 메르세데스-벤츠(16.18%)와의 격차도 한층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1일 정부의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확정된 직후 모델3와 모델Y 일부 트림의 가격을 300만~700만원 기습 인상했다. 반면 이번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된 BYD는 ‘자비’로 보조금을 지급해 한국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BYD는 7월 한 달 ‘아토3’ 구매 시 126만원, ‘씰’은 169만원, ‘돌핀’은 109만원, ‘씨라이언7’은 152만원을 지급한다.

구매보조금이 당초 취지인 소비자 부담 경감에 활용되지 않고 테슬라의 가격 인상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데일리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에서 전기차 약 17만대를 판매했다. 연도별 판매량과 평균 보조금을 토대로 추산한 누적 보조금 수령액은 약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정작 국내 전기차 인프라 확충과 사회공헌 활동에는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테슬라의 매출액은 3조3065억원, 영업이익은 495억원이었지만 국내 기부금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 기여도가 없다 보니 보조금과 연동한 가격 정책을 펼칠 때마다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테슬라 모델 Y L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 Y L (사진=테슬라)
다만 보조금 지급 중단 등 강경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량 가격은 원자재 수급, 환율, 수익성 등 다양한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개입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테슬라를 겨냥해 보조금을 제한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번질 위험이 있고,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차원에서 차별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가격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규제를 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구매보조금이 초기 전기차 시장 형성이라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한 만큼 이제는 충전 인프라와 사용 환경 개선, 국내 생산 세액공제 등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신모델 출시 등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데도 가격을 올린 경우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일정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업체를 겨냥하기보다는 관련 기준을 사전에 공지하고 모든 업체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보조금 혜택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고 탄소 감축 효과도 높일 수 있도록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 보조금을 분할해 사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기차를 구매하고도 1년에 1000~2000km만 운행한다면 보조금이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활용해 실제 주행거리를 확인하고 전기차 운행량이 많을수록 환경 기여도가 높다고 인정해 지원 규모를 확대하면 전기차 운행을 활성화하고 예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AFP)
(사진=AFP)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역시 보조금 제한에 국한된 정책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하면서 전기차의 환경·안전 관련 공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정 브랜드나 국가를 명시하지 않고 모든 업체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통상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판매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폐처리 비용이 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하거나 제조사와 차량 소유자에게 일정한 환경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차량 화재나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의 탈출을 방해할 수 있는 ‘매립식 도어핸들’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전기준을 마련하거나 현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배터리 재활용과 매립식 도어핸들 문제는 명확한 환경·안전 기준에 따라 접근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많은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일 수록 서비스망, 재활용, 안전 대응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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