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시장 아닌 정책이 결정하는 '금리'의 위험성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6일, 오전 05:3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7.35%’와 ‘5.5%’. 이 수치는 각각 이달 3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고정금리 상단과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의 금리다. 담보가 있는 주담대 금리가 개인신용 평점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 금리보다도 1.85%포인트 더 높다. 또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 금리는 5대 은행의 1년 만기 신용대출 상단 금리인 6.25%보다도 0.75%포인트 더 낮다.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10개월 연속 줄어들며 약 2조 5000억원이 순감했지만, 대출 금리 상단은 6.04%로 1년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담보가 있거나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 금리가 더 낮고, 대출 수요가 줄면 금리는 내려간다는 ‘금융의 상식’을 벗어나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잔인한 금융’, ‘금융 계급제’ 등의 발언을 통해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에서는 포용금융 확대 차원에서 중저신용자에게 금리를 대폭 낮춘 연 5~6%대 신용대출을 내놓고 있어서다.

문제는 정부의 가계 대출 축소 기조로 인해 주담대·전세자금·신용대출 등 기존 대출 금리는 6~7%대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가계 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 대출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고, 대출이 감소하니 정기예금 등 수신 금리를 높일 필요성도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반 은행 고객들은 신용도가 높거나 담보가 있어도 점점 더 높은 금리를 내야하고,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저축해도 2%대 낮은 이자를 받을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보호를 강조해온 ‘금융소비자’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2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정책금융상품 뿐 아니라 민간대출상품 금리까지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 하반기 중저신용자 민간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8.97~15.27%로 낮아졌다. 상호금융이 8.97%, 카드 12.26%, 캐피탈 14.37%, 저축은행이 15.27% 등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상호금융은 0.59%포인트, 카드는 0.07%포인트, 캐피탈은 1.13%포인트, 저축은행은 1.24%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이들 2금융권은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도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없게 돼, 역마진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창구를 오히려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의 금리를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낮추면, 금융회사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2금융권은 지난해 말부터 연체율이 크게 오르고 있어 부실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의 핵심 원칙은 돈을 못 갚을 확률(리스크)이 높을수록 금리를 더 높게 받는 것이다. 포용금융이라는 ‘선의’가 지나치게 강조돼 시장을 왜곡하면, 성실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래픽=이데일리 AI 생성)
(그래픽=이데일리 A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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