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 없는데" 파산 기로 홈플러스에 10만 생계 위협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6일, 오전 05:51

[이데일리 경계영 한전진 김지우 기자] “한 층 올라가서 계산하세요.”

5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홈플러스 점포는 지하 1·2층 모두 계산대가 있었지만 지하 1층 매장에서만 계산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주말 낮인데도 계산대에 있는 직원은 1명뿐이었다.

법원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홈플러스는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14일 안에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의 자금조달과 즉시항고시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업계에선 파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영업을 정상화하기엔 늦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5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지하 1·2층 가운데 지하 2층 매장의 입구를 봉쇄했다. (사진=경계영 기자)
5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지하 1·2층 가운데 지하 2층 매장의 입구를 봉쇄했다. (사진=경계영 기자)
5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에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채소 진열대지만 진열대 한편엔 자체브랜드(PB) 밀폐용기가 놓여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5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에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채소 진열대지만 진열대 한편엔 자체브랜드(PB) 밀폐용기가 놓여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이날 방문한 점포내 신선식품 진열대엔 자체브랜드(PB) 상품만 가득했다. 식품사를 비롯한 주요 납품업체로부터의 물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한 점포 직원은 “15년을 일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월급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홈플러스가 이대로 파산한다면 매장 67개가 문을 닫고 이곳에 근무하던 1만여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직영 직원뿐 아니라 입점 업체, 외주 인력 등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생계에 영향 받을 수 있는 인원은 10만명 안팎에 이르리란 분석도 나온다.

피해는 협력·입점업체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협력사는 4603곳으로, 이 가운데 47%가량이 전체 매출액 과반을 홈플러스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홈플러스 납품업체는 평균 7억 7400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입점 소상공인과 납품 협력사, 물류·배송 인력까지 거래망과 일자리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며 “결국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농축산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홈플러스의 연간 농·축·수산물 판매액은 3조원을 웃돌고 이 가운데 국내산만 따져도 1조 9000억원에 달했다. 이들 농가와 어민의 판로도 막히는 셈이다.

특히 비(非)수도권은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가 핵심 점포로 역할하면서 지역경제에 낙수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들 상권에서의 소비가 온라인으로 빠져나가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파산시 파장이 클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 파산 때마다 개입하면 끝도 없기에 정부의 지원을 최소화하고 MBK파트너스에 경제적 책임을 최대한 받아내야 할 것”이라면서도 “채권 회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겐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정부가 홈플러스 직원의 전직을 지원하거나 대금을 못 받은 입점·납품업체에 대출해주는 등 개별 피해를 챙기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사모펀드가 국민 생활에 밀접하거나 국가 핵심인 산업군을 차입매수하는 걸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일 관계기관 전담반(TF) 회의를 열고 임금이 밀린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의 대지급금을 주고, 중소 협력업체엔 ‘4400억원+α’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5일 서울시내의 한 홈플러스 점포에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5일 서울시내의 한 홈플러스 점포에 영업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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