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조 달러·4% 성장' 기대감…반도체發 'K자형 회복'의 그늘

경제

뉴스1,

2026년 7월 06일, 오전 06:00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지 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26.6.29 © 뉴스1 허경 기자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과 4% 안팎의 경제성장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중심으로 수출과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성장률 전망도 상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반도체와 비반도체, 수출 대기업과 내수·자영업 간 온도 차가 커지는 'K자형 회복'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가 총량 지표를 끌어올리는 동안 고용과 내수로의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경우 3% 후반에서 4%에 가까운 성장도 가능하지만, 반도체 경기와 내수 회복, 대외 변수 등에 따라 성장세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들려도 성장률 상향 기대가 꺾일 수 있는 취약한 조건부 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수출 1조 달러 무난…4% 성장도 불가능한 영역 아냐"
지난 1일 산업통상부의 '2026년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9% 증가한 1022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4967억 달러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도 월평균 수출액이 1000억 달러 안팎을 유지할 경우 연간 수출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iM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반기 수출액이 4967억 달러임을 고려할 때 하반기 수출 규모는 5000억 달러를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며 "6월과 같이 하반기 월평균 수출액이 1000억 달러 안팎을 유지할 공산이 높아 올해 수출액 1조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9.5% 증가한 448억 달러로 역대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372억 달러에서 한 달 만에 76억 달러 늘었다.

수출 개선세가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성장률 상향론의 근거다. 지난달 반도체 제외 수출액은 574억 3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28%에 달했다. 20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의 수출이 늘어나며 비반도체 부문도 회복 조짐을 보였다.

무역수지 개선 폭도 크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61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383억 달러로, 기존 최대였던 2017년 상반기 952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iM증권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률이 4%대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내수 경기 회복 지연 등 양극화 현상이 걸림돌이지만 반도체 슈퍼호황만을 보면 4% 성장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도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수출과 무역흑자 확대를 이끌었다. 1일 산업통상부의 '2026년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9% 증가한 1022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30.1% 늘어난 661억 달러, 무역수지는 361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총량 지표는 뛰는데 체감은 냉랭…'K자형 성장' 심화 우려
한편 반도체·IT와 비IT·내수 부문 간 온도 차가 벌어지는 K자형 성장 흐름은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1조 달러와 4% 성장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총량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 서비스업과 자영업, 비IT 업종까지 회복세가 확산됐는지는 불확실하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대기업 실적 개선이 고용과 임금, 중소기업 매출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을 경우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도 최근 K자형 성장 관련 분석에서 평균 지표가 경기 취약성을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소비와 성장률이 양호해 보여도 실제 개선이 고소득층이나 특정 부문에 집중돼 있다면 거시경제 리스크가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소득계층별 K자형 회복과 달리 반도체·IT와 비IT·내수 간 산업별 K자형 회복 양상이 두드러진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무역수지, 성장률을 밀어올리는 동안 자영업자와 내수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개선세가 약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수출 증가에는 물량 확대뿐 아니라 가격 상승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오르면 명목 수출액과 기업 실적은 빠르게 개선되지만, 실질 성장률과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 마감한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마감했다. (공동취재) © 뉴스1 최지환 기자

전문가들 "3~4% 성장 가능하지만 지속가능성은 불확실"
전문가들은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경우 3% 후반에서 4%에 가까운 성장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반도체와 수출에 기대는 성장 흐름인 만큼 내수 회복, 금리, 재정 운용, 미국의 AI 투자 지속 여부가 맞물리지 않으면 '반짝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출이 잘되고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할 경우 3% 후반에서 4%대 성장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금리를 어느 정도 높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리를 많이 높이면 경기가 침체되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한국은행도 이 때문에 금리를 크게 올리기보다는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성장률 상향 기대가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고 봤다.

강 교수는 "중동 사태가 다시 악화하지 않는다면 올해까지는 반도체 경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면서도 "성장을 주도하는 부문이 반도체라는 점에서 국내 경기 전반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AI 투자 사이클이 흔들릴 경우 한국 성장률도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양 교수는 "AI 주식 랠리가 데이터센터 투자 기대와 묶여 있는 만큼 AI 거품 논란이 커지면 데이터센터 건설도 둔화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대형 기술기업들도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차입을 늘리고 있어 금리 상승이 투자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며 "전력 가격 상승, 환경 문제,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맞물려 건설이 어려워지면 한국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성장률 상향 기대가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별개라고 봤다. 김 교수는 "양극화가 심하면 성장률은 오래 가지 못하고 일시적인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며 "수출이 늘고 금리를 많이 높이지 않으면 반짝 성장은 가능하지만, 물가와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줄면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수출 증가라는 긍정적 요인을 정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제2의 도약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재정 적자를 늘리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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