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미래 협약'…AI·배터리·공장 운영까지 노조와 협의한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6일, 오후 07:12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임협) 교섭 과정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환을 위한 특별협약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협약에는 인공지능(AI) 도입부터 전기차(EV) 공장 운영, 배터리 내재화, 수소연료전지 사업까지 미래 핵심 사업 전반에 대해 노사가 공동 대응하거나 협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계에서는 노조의 역할이 임금·복지 협상을 넘어 기업의 미래 투자와 생산 전략으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 대표. (사진=현대차)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 대표. (사진=현대차)
6일 현대차 ‘노사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환을 위한 특별협약’에 따르면 노사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발전에 공동 대응하고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회사는 신사업의 국내 전개를 검토·추진하고 계획이 확정되면 노조에 통보하며, 고용과 연계된 사항은 협의하기로 했다.

울산 EV공장 운영과 관련해서도 회사는 후속 차종 선정과 생산 일정 등 주요 정보를 노조에 제공하고, 노조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 안정화를 위해 협력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통상 경영 판단 영역으로 여겨지는 생산계획과 차종 운영에 노조가 제도적으로 참여하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터리 사업과 전동화 핵심부품 내재화 역시 협약 대상이다. 회사는 배터리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기술력과 사업성, 제조 경쟁력 등을 검토해 내재화를 지속 추진하고 그 결과를 노조에 설명하기로 했다. 또 전동화 전환에 따른 고용 변화와 부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국내 생산 확대를 지속 논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공장 운영에서도 노조의 협의 범위는 넓어졌다. 회사는 오는 2027년 준공,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 공장의 주요 경과를 공유하고, 인력 운영과 배치전환, 교육, 근무형태 등 고용과 연계된 운영 기준은 노사가 협의하도록 명시했다.

AI 도입과 관련한 별도 합의도 눈길을 끈다. 회사는 AI 기술 도입 과정에서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업무 효율성과 근로환경 개선에 기여하도록 노력하며,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준수하기로 했다. 다만 AI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방식 가운데 영업비밀과 지식재산에 해당하는 내용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협약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노조의 협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래 투자와 생산 전략은 기업의 핵심 경영 판단 영역인데, 사전 협의가 관행으로 자리 잡을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와 AI, 배터리 등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투자와 생산계획 변경이 잦은 만큼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후 노조가 편향적인 제도와 파업권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미래 사업 경영과 관련된 부분까지 요구사항을 늘리고 있다”며 “사측도 어느 정도 협상을 위한 틀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노조의 선을 넘는 과도한 요구는 경영권 침해 여지가 있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거리 감소라는 부정적 결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노조는 전동화와 AI 확산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와 협의 체계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생산방식 변화에 따른 일자리 전환과 교육, 재배치 문제를 사전에 논의해야 산업 전환 과정에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올해 현대차 임협은 지난 2일 12차 교섭에서 사측이 처음으로 임금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부족하다며 추가 제시안을 요구한 상황이다. 기본급 인상 규모 등 여전히 주요 쟁점에서 노사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주 4.5일제,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권까지 확보했다. 현재 노사는 추가 교섭을 이어가며 막판 타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뚜렷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노조가 부분 파업을 진행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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