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9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5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입을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사용해온 '초과세수' 대신 '추가세수'라는 표현을 공식화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는 지방교부세 정산과 국가채무 상환 등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어, 용어 변경이 기금 재원 활용 폭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두 용어의 법적 의미를 달리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세입예산 대비 초과분을 뜻하는 '초과세수'와 달리 '추가세수'는 장기적인 세입 증가 추세를 반영한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한지 여부도 관심사다. 정부는 기금 설치 근거를 담은 법 제·개정을 우선 추진해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 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기금은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과 K자형 양극화 대응, 청년 주거·창업·일자리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법정 사용처 못박힌 '초과세수'…실사용 가능분은 20% 안팎
국가재정법을 보면 초과세수는 회계연도 결산 후 확정되는 세계잉여금으로 분류돼 사용 순서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이 먼저 이뤄지고, 남은 금액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해야 하며, 그 나머지의 30% 이상은 국가채무 상환에 써야 한다. 이 절차를 모두 거치고 남는 돈만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이나 다음 연도 세입으로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실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몫은 전체의 20%~30% 수준에 그친다.
용어를 추가세수로 바꾼 것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입 증가분 전체를 기금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초과세수는 결산이 끝나야 확정되는 개념이다. 결산 이후 초과세수가 세계잉여금으로 분류되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 국가채무 상환 등 의무적으로 배분해야하는 절차가 생긴다.
따라서 세수 증가분을 초과세수로 정의하면, 향후 이를 기금으로 옮기려 할 때 '빚부터 갚아야 할 돈으로 또 다른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현시점에 '추가세수'라는 용어를 앞세우고 법 제·개정이나 추경을 통해 미리 용처를 정해두려는 것도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치권 안팎에서도 초과세수라는 표현이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윤을 정부가 가져간다는 부정적 뉘앙스로 읽힐 수 있어, 이를 피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박문규 기획예산처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초과 세수는 단일 회계연도 대비 세입 예산 전망치 대비 초과분을 의미하고, 추가 세수라 하면 세입 장기 추세 대비 초과분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 등에 따라 세수가 향후 수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추가 세수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두 용어가 법적으로 정해진 개념은 아니며, 세수를 비교하는 기준 시점이 다를 뿐이라는 설명이다.
"추경 필요조건 아니다"…법 개정으로 기금 편입 근거 마련
정부가 추가세수를 올해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려면 별도 추경 편성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2021년과 2022년 발생한 대규모 초과세수 당시에도 상당 부분이 추경 재원으로 쓰인 전례가 있다.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세수 증가분을 연내에 기금으로 출연하려면 세출예산을 새로 편성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지원 근거를 담은 법의 제·개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결국 추경을 거쳐야 재원을 기금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등을 명시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추경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추경과 미래대응기금이 꼭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법에 그런 규정을 넣는 것까지 합의가 이뤄진다면 추경이 굳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추경을 통해서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변인은 "관계부처와 국회 의견 등을 들어 구체적인 운영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