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강 라면에 떡볶이까지 찰칵"…하노이 밤 밝힌 'K-푸드'

경제

뉴스1,

2026년 7월 07일, 오전 11:00

베트남 K-푸드페어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라면 시식 코너.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2026.7.3/
여기서 한국 라면 직접 끓여 드셔보세요. 지난 3일 베트남 하노이 국가컨벤션센터(NCC).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 라면 향이 먼저 코끝을 자극했다. '한강 라면 기계' 앞에는 젊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섰고, 분식 코너에서는 갓 만든 떡볶이와 김밥을 손에 든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날 열린 '2025 아세안 K-푸드페어×한류박람회'는 단순한 식품 전시회가 아니었다. 한국 음식과 문화, 기술, 콘텐츠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K-라이프스타일 축제장이었다.

"유자에이드 무료, 최대 50% 할인"…K-푸드 축제로 변한 전시장
행사장 한편에서는 유자에이드와 대추에이드가 무료로 제공됐고, K-푸드관에서는 20개 수입업체가 참여해 51개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 관람객들은 스탬프 랠리를 완성하면 10만동(약 5820원) 상당의 바우처를 받아 다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송민재 aT 하노이센터 부지사장은 "K-푸드관에는 20개 수입업체가 참여했고, 14개사가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라며 "스탬프 랠리와 바우처 지급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밖에는 'K-푸드 테크관'도 마련됐다. 라면 자동조리기 5대가 설치돼 소비자들이 직접 한국 라면을 선택해 끓여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즉석에서 조리된 라면을 맛보며 한국 식문화를 체험했다.

송 부지사장은 "K-푸드와 기술을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문화원, 콘텐츠진흥원과도 협업해 K-컬처와 K-푸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베트남 최대 한국 식품 전문 유통망 가운데 하나인 K-마켓도 참가해 현지 소비 트렌드를 소개했다. K-마켓은 현재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심으로 물류거점 2곳을 운영하며 베트남 전역에 한국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K-마켓 관계자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은 여전히 라면"이라며 "최근에는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한국 과일도 프리미엄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한국 과일을 교민들이 주로 구매했다면 지금은 소득 수준이 높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설명하지 않아도 SNS와 유튜브를 보고 직접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K-마켓에서는 포도와 딸기, 신고배, 사과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특히 명절 시즌에는 한국산 사과와 배가 선물용으로 판매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K-푸드페어 행사장 내 마련된 B2B 상담부스에서 한국 식품 참가기업들이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2026.7.3/

"개별로는 바이어 만나기 불가능"…45개 기업, 동남아시장 문 두드리다
행사장 안쪽 B2B 상담장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45개 국내 식품기업과 현지 바이어들이 테이블마다 마주 앉아 수출 상담을 이어갔다.

소스·시즈닝 전문기업 에프앤에스식품은 올해 처음 참가했다. 성유진 상무는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개별적으로 해외 바이어를 만난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 aT가 사전 매칭을 통해 미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치킨용 소스와 시즈닝 파우더를 중심으로 20여 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베트남 치킨 프랜차이즈와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컸다.

성 상무는 "상담 업체의 70~80%가 샘플을 요청했다"며 "아직 계약 단계는 아니지만 동남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체감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건강식품 전문기업 유기농마루는 곤약젤리를 앞세워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김상범 대표는 "베트남과 태국 제품들을 직접 조사해보니 맛과 식감, 겔화 기술 측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베트남은 이제 막 젤리 시장이 커지는 단계여서 초기 시장 선점 기회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기농마루는 지난해 처음 수출을 시작해 1년 만에 1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캐나다와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진출해 있으며, 베트남 시장에서는 2년 내 매출 1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바이어를 찾고, 빠른 피드백과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푸드페어 행사장 내 마련된 B2B 상담부스에서 한국 식품 참가기업들과 상담을 마친 현지바이어가 K-푸드에 대한 시장 평가를 들려주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2026.7.3/

"한국 식품 좋아하지만 비싸다"…K-푸드의 숙제도 확인
K-푸드 열풍 이면의 과제도 드러났다. 베트남 식품 수입기업 푹틴푸드의 팜 태희 대표는 "2012년부터 떡볶이를 수입했고 지금은 김과 라면, 다양한 가공식품까지 취급하고 있다"며 "한국 식품은 여전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지만, 최근 한국 생산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간 500만~600만달러 규모의 한국 식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산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팜 대표는 "베트남 정부의 수입 규정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베트남 법규와 통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식품 수입 등록과 상표권 출원, 라벨링 지원 등 현지화 상담도 함께 진행됐다. aT는 관세사와 현지 법무 전문가를 배치해 비관세 장벽과 현지 인증 절차를 지원했다.

K-푸드페어 행사장 내 한국산 가공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2026.7.3/

"한국 음식 너무 좋아요"…젊은 베트남 세대의 일상이 된 K-푸드
행사장을 찾은 27세 회사원 푹(Phuc)은 K-POP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K-푸드 체험까지 즐겼다.

그는 "떡볶이와 비빔밥, 냉면을 좋아한다"며 "베트남 젊은 사람들은 한국 식당에 자주 가고 친구들과 함께 한국 음식을 먹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19세 대학생 히엡도 "한국 음식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먹는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K-푸드가 더 이상 낯선 외국 음식이 아니라 베트남 젊은 세대의 일상 속 소비문화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너·피프티피프티 콘서트에 물든 하노이…K-푸드는 이제 문화가 됐다
해가 저물자 NCC 콘서트홀 주변은 또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

K-POP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손에 든 'K' 문구가 새겨진 LED 응원봉이 하노이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행사장 안에서는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와 그룹 위너의 공연이 이어졌고, 젊은 관객들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라면을 직접 끓여 먹고, 떡볶이를 맛본 뒤 K-POP 공연까지 즐기는 모습은 K-푸드가 단순한 식품 수출을 넘어 문화와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파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노이 한복판에서 확인한 K-푸드의 경쟁력은 분명했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현지화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베트남 1억 소비자의 식탁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 수 있을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K-푸드페어 행사의 부대행사로 열린 K-POP 콘서트 모습. 'K' 문구가 새겨진 LED 응원봉이 행사장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6.7.3/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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