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되는데 한국은 안 된다"...환자 데이터로 진료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7일, 오후 07:36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 중소·벤처 기업들이 국내 규제에 막혀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각종 규제들은 기업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규제 애로가 접수되고 정부마다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외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K혁신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낡은 규제의 실태를 정밀 진단하고 고군분투하는 중소·벤처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시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시간 동안 발생하는 데이터를 의료진과 공유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픽스업헬스’ 임상원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아름 기자)
‘픽스업헬스’ 임상원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아름 기자)
미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픽스업헬스’ 임상원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의료 규제의 한계에 대해 아쉬움을 계속 드러냈다. 픽스업헬스의 주력 제품은 원격 치료 모니터링(RTM) 솔루션으로 전용 앱을 통해 재활 치료 환자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처방하면 환자는 이를 수행하면서 본인의 상태를 기록할 수 있고, 의료진은 전용 대시보드에서 환자의 치료 데이터를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여기에 AI 분석 엔진을 탑재,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회복 궤적을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복 추이 예측, 이상 징후 조기 탐지 등 데이터 기반의 재활 치료 환경을 구축해준다.

미국에서는 이 서비스에 대한 보험 청구가 가능한만큼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자동으로 정리해줌으로써 의료진의 행정 부담도 덜고 수익성도 높여주고 있다. 임 대표는 “환자는 일주일에 한두 번, 한 시간 정도만 의료진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집에서 보낸다”며 “의료진은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며 결국 다음 진료 때 환자의 기억에 의존해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확한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MGH 보건전문대학원에서 질병역학을 공부하며 의료 데이터를 연구했고 이후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과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재활치료사,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하며 임상 경험과 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미국은 특히 병원과 자택간 거리가 먼 만큼 환자의 재활 치료 연속성이 떨어지고, 의료진은 보험 청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난 2023년 ‘픽스업헬스’를 창업하게 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격 모니터링과 비대면 관리가 하나의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의료진은 이를 통해 환자의 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즉각 개입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법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 간 상시적 데이터 연계와 원격 관리 서비스 확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 대표는 “한국에도 건강관리 앱은 많지만 대부분 환자가 기록만 할 뿐 의료진의 의사결정에 활용되지는 못한다”며 “환자와 의료진이 데이터를 함께 보고 치료에 반영할 수 있다면 의료의 질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개선이 이뤄질 경우 활용 가능성은 재활치료에 그치지 않고 당뇨병, 피부질환, 치과, 안과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부분 의료 분야로 확대가 가능하다”며 “의료진이 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진료를 도와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픽스업헬스는 설립 후 미국에서 3년 여만에 벌써 40여곳의 병·의원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임 대표는 “미국에서는 서비스 재이용률이 90% 이상으로 한번 픽스업헬스를 이용한 의료진은 충성 고객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라며 “한국에서도 데모데이 등을 통해 우리 서비스를 발표하면 이용하고 싶다는 환자와 의료진이 많아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혁신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 모두에 법인을 갖춘 픽스업헬스는 미국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핵심 업무는 한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의료 서비스가 정립되는 길이 열릴 수 있게 성장을 꿈꾸며, 채용도 적극 나서는 등 한국 법인을 더욱 키울 방침이다. 그는 “우리 미션에 공감하는 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헬스케어가 인간의 기본 권리 문제를 해결하는건데, 도전적인 분들과 함께 국내 헬스케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이데일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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