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첫발 뗀 무인기 엔진…수천시간 비행 거뜬한 K엔진[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7일, 오후 07:16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엔진시운전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경남)=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지난 6일 찾은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높은 천장의 거대한 시험동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전투기 엔진이 지지대에 매달려 있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엔진 주변에는 추력과 진동, 온도 등을 측정하는 거대한 계측 장비와 제어 설비가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었다. 조립을 마친 항공엔진의 성능과 안전성을 최종 검증하는 엔진테스트셀 공간에선 정교하고 세밀한 공정이 반복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이 때 내부 온도는 무려 1500℃까지 치솟을 정도로 실제 비행과 유사한 시험을 거친다. 김승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생산기술팀장은 “엔진 시운전은 사내에서 약 10시간 동안 단계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며 “최대 출력시험은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 번에 최대 3분 내외로 제한하고, 이를 수차례 반복해 성능을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와 함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무인기용 항공엔진을 처음 공개했다. 수천 시간 이상 운용 가능한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가 국내에서 완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체와 비행제어, 임무장비에 이어 항공기의 ‘심장’인 엔진까지 국산화하며 미래 무인기와 차세대 전투기 엔진 자립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항공 엔진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만큼 고도의 정밀함과 극한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스스로의 힘으로 엔진을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며 “1만 파운드급 엔진 개발이라는 더 높은 성능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 최종 목표점인 첨단 엔진의 완성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1사업장은 항공엔진에 대한 설계·제작·성능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생산기지로 통한다. 특히 지난해 증축을 마치고 올해 4월 본격 가동한 항공엔진 신공장은 엔진 생산과 독자 항공엔진 개발을 함께 수행하는 공간으로, 조립 공간만 2400평, 자동화 보관창고도 2500평 규모에 달한다.

시험동을 나와 스마트엔진가공공장으로 향하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주황색 무인운반차(AGV)가 공구와 부품을 싣고 정해진 동선을 따라 쉼 없이 오갔고, 공구 자동창고와 자동 공구교환 시스템, 바닥 아래 설치된 컨베이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작업자가 퇴근한 뒤에도 생산라인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박민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생산팀 차장은 “공구 자동창고가 약 2000개의 공구를 관리하며 필요한 공구를 장비에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가공을 마친 핵심 부품은 스마트엔진조립공장으로 옮겨져 비로소 하나의 엔진으로 완성된다. 생산라인에서는 KF-21용 F414 엔진과 FA-50용 F404 엔진이 조립되고 있었다. 작업자가 사용하는 디지털 토크렌치는 조임 강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기준값을 벗어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도록 설계됐다. 미세한 오차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항공엔진의 특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신공장은 회사가 강조하는 ‘설계-제작-시험’ 전주기 역량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진행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최초 공개 미디어행사'에서 공개된 5500파운드 터보팬엔진(왼쪽)과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오른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진행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최초 공개 미디어행사'에서 공개된 5500파운드 터보팬엔진(왼쪽)과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오른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사업의 심장부인 창원1사업장에서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와 함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을 열고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무인기용 항공엔진 2종을 공개했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MUAV)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이 바로 그것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KF-21과 연계해 정찰·전자전·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무인항공체계다. 중고도 무인기는 장시간 비행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핵심 전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미사일 등에 적용되는 단수명 항공엔진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수천 시간 이상 운용하는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가 완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두 엔진은 현재 조립을 마치고 지상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시제 개발을 통해 국내 유일의 항공엔진 설계·제조·시험 전주기 역량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핵심 부품 가공부터 엔진 조립, 성능 시험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를 시작으로 47년간 1만 대 이상의 항공엔진을 생산했으며, 최근 10년 동안 항공엔진 분야에 1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항공엔진은 항공기의 성능과 작전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자 방산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일부 국가만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ITAR(국제무기거래규정), EAR(수출관리규정) 등으로 기술 이전도 엄격하게 통제된다. 국산 엔진을 확보하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정비와 성능 개량, 항공기 수출까지 보다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최초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인 5500파운드엔진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최초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인 5500파운드엔진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무인기 엔진 시제를 시작으로 저피탐 무인기용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KF-21을 포함한 차세대 전투기용 2만4000파운드급 첨단항공엔진 개발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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