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땐 패가망신...'수조 과징금' 현실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8일, 오전 05:01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에 이어 전분당 담합에도 수천억원대의 ‘메가톤급’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경제 형벌’ 수준의 기업 제재가 현실화하고 있다.

향후 국고채·석유화학 담합 등 조 단위 과징금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형 사건까지 줄줄이 남아 있어, 기업 경영 전반에 ‘과징금 쇼크’가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공정위는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전분·전분당 제조사 4곳이 7년 5개월간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한 사실을 적발, 이들 업체에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밀가루 담합 과징금 6710억원을 넘어 공정위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 업체는 국제 옥수수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거래처에 빠르게 전가하기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내릴 때는 가격 인하 폭을 줄이고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로 했다. 전분·전분당은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이 제조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그래픽= 김정훈 기자)
담합은 총 13차례 이뤄졌다. 이들은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뿐 아니라 거래처에 제시할 가격 변경 사유, 공문 발송 시기, 업체별 공문 발송 순서까지 구체적으로 맞췄다. 각 사가 거래처에 목표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순차적으로 통보해 거래처가 목표가격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유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된 관련매출액은 6조 525억원이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을 ‘매우 중대한 행위’로 보고 1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관심은 국고채와 석유화학 담합 사건의 제재 수위로 옮겨가고 있다. 우선 공정위는 은행·증권사 15곳의 국고채 금리 담합 사건을 다음 달 전원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국고채 입찰 담합인 만큼 낙찰금액 76조2000억원을 관련 매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기준이 받아들여질 경우 과징금 규모는 최대 11조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

석유화학 담합 사건도 주목된다. 과징금 고시 개정 이후 공정위가 본격 조사에 착수한 첫 대형 담합 사건인 만큼, 새 기준의 실제 적용 수위를 가늠할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는 지난 5월 LG화학·한화솔루션·애경케미칼·OCI 등을 대상으로 PVC와 가소제 담합 혐의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어 한 달 만인 6월 10~11일에는 LG화학·한화솔루션·롯데정밀화학·롯데케미칼·한솔케미칼·SK지오센트릭·태광산업·OCI·PKC·유니드 등 10개 업체로 조사 대상을 넓혀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가 전분당에 이어 국고채·석유화학 사건에서도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기업들의 공정거래 리스크 관리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적발 이후 소송 대응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담합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내부통제와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이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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