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군산 빵집 '이성당'의 생존법..."'쌀가루·제빵대회로 혁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8일, 오전 11:19

중동전쟁, 고환율, 내수시장 위축 등 최근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 숨은 소상공인 명인들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자신들의 기술을 연마하고, 어제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직한 땀방울을 흘립니다. 수십 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며 지역 경제를 책임져온 이들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이자 진정한 풀뿌리입니다. 단순한 가게를 넘어 지역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된 명인들의 삶과 경영 철학을 조명함으로써, 독자 여러분께는 새로운 영감을, 소상공인들에게는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자 이데일리는 전국의 ‘강한 소상공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군산(전북)=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1년에 한 번씩 제빵대회를 합니다. 대회에서 입상한 상품은 순차로 매장에서 판매하죠. 트렌드를 보고 그 시기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단팥빵으로 유명한 전북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 하지만 이성당은 오로지 단팥빵만으로 80년 넘는 세월을 살아남은 게 아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레시피를 개선하기도 하고 직원 대상 제빵대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가 7일 전북 군산 이성당 건물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한 이후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김현주 이성당 대표가 7일 전북 군산 이성당 건물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한 이후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7일 전북 군산 이성당 본점에서 만난 김현주 이성당 대표(63)는 제빵 대회에 대해 “보통 신입사원들이 많이 참가하고 오래 일하신 공장장급의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는다”며 “입상한 아아디어들은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화된다. 작년에 수상한 제품들은 모두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판매하고 있는 ‘새우바게트’, 망고가 한창일 때 판매했던 ‘크림가득 크로와상 망고맛’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김 대표는 상금과 연수 기회 등을 걸고 제빵대회를 개최해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북돋우고 빵집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올해 수상 명단에 오른 ‘오메기 휘낭시에’, ‘고참(고추+참치) 토스트’ 등은 곧 신메뉴로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전북 군산의 이성당 본점에 인기 메뉴인 단팥빵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전북 군산의 이성당 본점에 인기 메뉴인 단팥빵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김 대표는 1984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며 며느리로서 이성당 일을 돕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합류한 이후 이성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는 일단 기존 밀가루 기반으로 판매 중이던 빵을 모두 쌀가루 기반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쌀가루로 안에 충전물(단팥 등)이 들어가는 빵을 만들면 훨씬 촉촉하고 빵이 덜 굳게 된다. 쌀가루 기반이면 얼렸다가 해동해서 먹을 때도 훨씬 쫄깃하고 맛있다”며 “남편의 제안으로 쌀가루 전환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북 군산의 이성당 본점에 복숭아 케이크가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전북 군산의 이성당 본점에 복숭아 케이크가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1945년 문을 연 이성당이 ‘지역 빵집계의 터줏대감’이 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근 시대적 분위기가 바뀌며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와 같은 기념일에 빵을 단체로 주문해 가는 문화는 줄었다. 학교나 학원 등에서도 아이들 간식을 단체로 구매해 가는 분위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

김 대표는 여러 변화 속에서 이성당이 굳건하게 버틴 비결로 ‘입소문의 힘’을 꼽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서울에서 전화로 빵을 주문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가정주부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빵을 함께 나눠 먹는 것 같았다”며 “그 당시에는 빵을 택배로 보내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럼에도 상하기 쉬운 크림류는 제외하고 탈 없이 택배 판매를 잘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그게 입소문을 타서 먼 곳에서도 이성당을 찾는 소비자들이 생겼고 지금의 이성당을 만들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전북 군산의 이성당 본점에 제과류 등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전북 군산의 이성당 본점에 제과류 등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이성당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김 대표는 이것 또한 입소문 덕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와야 연속성이 생기는데 이 어떻게 끌어올지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며 “입소문을 타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이후에 조금씩 꾸준히 계속 성장하게 됐다”고 했다.

각종 유통업체들 역시 꾸준히 이성당을 찾고 있다. 김 대표는 “2013년도 즈음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팝업 제의가 왔었다. 그때 처음으로 서울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해봤다”며 “온라인 판매도 마켓컬리 등 유통업체에서 제안이 들어와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빵지순례’, ‘전국 3대 빵집’, ‘군산 여행’ 등을 키워드로 이성당 빵을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성당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에도 선정됐다. 백년가게는 지속가능성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우수 소상공인을 정부가 발굴·지원하는 제도다. 매년 5~10%씩 성장하던 이성당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300억 원을 찍었다. 냉동 찐빵 등 일부 제품은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가 7일 전북 군산 이성당 본점에서 찐빵, 찹쌀떡 등 냉동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김현주 이성당 대표가 7일 전북 군산 이성당 본점에서 찐빵, 찹쌀떡 등 냉동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세연기자)
이성당 본점 인근인 군산 구도심 상권이 함께 오래도록 잘됐으면 한다는 마음도 전했다. 김 대표는 “요즘에는 (관광 수요가 늘어나며) 젊은이들이 가는 술집이나 이자카야도 생기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하는 오래된 노포들도 많다”며 “이 상권을 하나의 백화점 푸드코트라고 생각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는 만큼 나누는 것에도 진심이다. 국제구호단체 직원이 고객으로 찾아왔던 것을 계기로 10년 넘게 빵 기부, 기부금 기탁까지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끝으로 김 대표는 항상 부족한 점을 찾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성당은 조상이 어려운 시절에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일하며 고생도 많이 하고 일구신 게 많다”며 “그분들이 쌓아온 것을 지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내가 보기엔 허점이 많다. 그것을 조금씩 고쳐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전국 4곳의 직영점 이외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정도로 준비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고 싶다”고 전했다.

7일 오전 방문한 전북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 모습. (사진=김세연기자)
7일 오전 방문한 전북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 모습. (사진=김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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