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신웅수 기자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자인 NXP와 ADI가 국내 유통사의 거래처 확보와 재판매가격 결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절차에 올랐다. 공정위가 반도체 유통 과정에서 글로벌 제조사의 거래 개입 행위를 들여다본 사례로, 혐의가 인정될 경우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각 위반 행위별 관련 매출액은 NXP 약 2조3000억원, ADI 약 2조4000억원 등 총 4조7000억원으로 산정됐다. 공정위 심의에서 위법성이 인정되면 관련 매출액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행위별 합산 기준 최대 1880억원 규모의 제재가 가능하다.
공정위 사무처는 8일 NXP와 ADI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관해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같은 날 피심인에게도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명시된 피심인은 NXP 계열 3개 사와 ADI 계열 3개 사다. NXP 측에는 △엔엑스피 세미컨덕터즈 엔 브이 △엔엑스피 세미컨덕터즈 네덜란드 비 브이 △주식회사 엔엑스피반도체가 포함됐다. ADI 측에서는 △아날로그 디바이스 인크 △아날로그 디바이스 인터내셔널 유 씨 △아나로그디바이스한국 주식회사가 포함됐다.
이들 회사가 공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차량 내비게이션 등 전자제품에 두루 쓰인다.
NXP, 유통사에 사실상 '독점 유통권'…ADI는 재판매가격 지정·강제
공정위에 따르면 NXP와 ADI는 국내 유통사가 제품을 사들인 뒤 고객사에 되파는 과정에서 'Ship & Debit'(S&D)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S&D는 반도체 본사가 제품별 표준 공급가격을 정해 유통사에 공급한 뒤, 유통사가 고객사에 할인 판매하면 본사가 나중에 그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본사가 정한 표준 공급가격이 100원인 제품을 유통사가 고객사에 80원으로 팔 수 있도록 승인하면, 실제 판매가 확인된 뒤 본사가 유통사에 차액 20원을 환급해 주는 구조다.
공정위는 NXP와 ADI가 이 과정에서 유통사의 거래처 확보와 마진율, 재판매가격 결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NXP는 최소 2012년부터 현재까지 특정 유통사가 거래처를 확보하면 다른 유통사가 해당 거래처와 새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NXP가 특정 유통사에 사실상 '독점 유통권'을 준 것으로 봤다.
NXP는 유통사들이 가져갈 수 있는 마진율도 사전에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ADI는 최소 2020년부터 현재까지 유통사들의 마진율을 사전에 고정하고, 유통사가 거래처에 다시 판매하는 가격을 지정·강제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NXP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대방 제한행위'와 '경영간섭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ADI의 행위는 경영간섭 행위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보고 각각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NXP와 ADI는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요 사업자다. NXP는 글로벌 자동차용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1~2위, 국내 자동차용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사업자다. ADI는 글로벌 아날로그 집적회로 시장 2위, 글로벌 데이터 컨버터 시장 1위 사업자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김기남 기자
과징금 최대 1880억 원…전원회의서 제재 수위 결정
공정위는 NXP의 거래상대방 제한행위 관련 매출액을 약 8억 8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로 산정했다. 경영간섭행위 관련 매출액은 약 6억 6000만 달러(약 1조 원)로 봤다.
ADI의 경영간섭행위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관련 매출액은 각각 약 8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로 산정됐다.
향후 위원회 심의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공정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각 위반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NXP는 거래상대방 제한행위 약 520억 원, 경영간섭행위 약 400억 원 등 최대 920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ADI는 경영간섭행위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각각 약 480억 원씩, 최대 960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두 회사의 위반 행위별 과징금을 단순 합산하면 최대 1880억 원이다. 다만 각 위반행위는 원칙적으로 별개 행위로 과징금 합산 대상이지만, 효과가 같은 거래 분야에 미치면서 금액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과징금 고시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NXP와 ADI 측의 의견을 제출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통 단계에서 가격 경쟁이 제한되면 반도체 부품 가격 인하의 여지가 줄어든다"며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인 만큼 최종 소비자가격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자 미래 성장동력인 반도체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유통사의 거래처 및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자율적 결정 권한을 보장하고, 유통사 간 가격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eohyun.sh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