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0% 폭탄 세일" 그 마리떼는 가짜였다…성수 한복판 '메뚜기 매장' 정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8일, 오후 07:40

[이데일리 한전진 백주아 기자] “이전 시즌 상품이라 50% 싸게 파는 거예요. 신상 입고라고 붙여놨지만 사실 다 이월로 보시면 돼요. 옆 매장이랑 다 같은 겁니다.”(성수동 A할인 매장 직원)

“저희 바로 옆에 있는 게 짝퉁 매장이에요. 저희가 진짜 정품이고요. 이 근처에만 저런 매장이 네 곳은 됩니다. 저희도 소송을 벌이고 있어요.”(마리떼 성수 플래그십 매장 관계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프랑스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내건 두 매장이 불과 30m, 걸음으로 쉰 걸음 안팎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정식 전개사 레이어가 운영하는 3층짜리 플래그십 스토어, 다른 한쪽은 단속에 언제든 접고 옮길 수 있는 할인 매장, 이른바 ‘메뚜기 매장’이다. 같은 로고를 걸었지만 두 매장이 서로를 향해 내놓는 말은 정반대였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외관. 한국어·중국어·일본어로 '전 품목 50% 할인'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다. 단속에 따라 자리를 옮겨 이른바 메뚜기 매장으로 불린다. (사진=한전진 기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외관. 한국어·중국어·일본어로 '전 품목 50% 할인'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다. 단속에 따라 자리를 옮겨 이른바 메뚜기 매장으로 불린다. (사진=한전진 기자)


◇같은 로고, 다른 설명…성수 뒤덮은 ‘반값 마리떼’


국내에서 ‘3마’로 불리며 MZ세대의 인기를 끄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를 둘러싸고 정품·가품 혼란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를 되살린 국내 전개사 레이어와 뒤늦게 라이선스를 주장한 신생 유통사 클레비가 다투는 사이, 정품과 구분이 어려운 ‘50% 할인’ 매장이 핵심 상권마다 들어서고 있는 탓이다. 법원은 이미 레이어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장 혼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레이어가 운영하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정식 플래그십 매장(왼쪽)과 할인 매장(오른쪽)이 불과 3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레이어가 운영하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정식 플래그십 매장(왼쪽)과 할인 매장(오른쪽)이 불과 3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임시 매장 쪽은 한눈에도 정식 매장과 결이 달랐다. 외벽 현수막에는 간판 대신 브랜드 로고와 ‘전 품목 50% 할인’이 한국어·일본어·중국어로 나란히 적혀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티셔츠와 맨투맨, 후드티, 모자가 사이즈·색상별로 매대와 옷걸이에 빼곡했다. 매장 벽면엔 봄·여름 신상품이 절반 값이라는 뜻의 ‘SS 신상 입고 50%’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직원은 “다 이월 상품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신상이라 써 붙여놓고 이월이라 설명하는 셈이다.

정품인지 아닌지는 옷에 달린 택을 뒤집어봐야 드러난다. 3만 4500원짜리 반값 티셔츠(정가 6만 9000원)의 라벨을 확인하니 제조사가 ‘㈜클레비’로 찍혀 있었다. 반값을 내건 이 옷을 만든 곳이, 바로 정품 전개사 레이어와 상표권 다툼을 벌여온 그 회사인 것이다. 레이어는 클레비가 만든 제품을 ‘가품’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 중이다. 실제로 특허청 상표경찰은 지난해말 클레비 측 물량이 흘러간 평택의 한 창고에서 마리떼 위조 의류 등 3만여 점을 적발해 압수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매장 외벽과 입간판에 '전 품목 50% 할인' 안내가 게시돼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매장 외벽과 입간판에 '전 품목 50% 할인' 안내가 게시돼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내부. 매장 곳곳에 '전 품목 50% 할인'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내부. 매장 곳곳에 '전 품목 50% 할인'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비단 성수동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메뚜기 매장은 명동·홍대·신사동 가로수길 등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전국 20여 곳까지 늘었다. 정품과 구분이 어렵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할인 매장 입구에서 만난 중국 국적 동포 김모(24)씨는 “둘 다 같아서 뭐가 정품인지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더 싼 걸 찾게 되는데 이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속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이중 라이선스’ 혼란…국내 법원은 레이어 손 들어

분쟁의 뿌리는 ‘이중 라이선스’다. 2019년 레이어가 파산했던 마리떼를 국내 라이선스로 되살렸는데, 브랜드 몸값이 뛴 2023년 본사 우르츠부르크홀딩스(룩셈부르크 법인)가 클레비와 또 다른 계약을 맺어 분쟁이 불거졌다. 클레비는 “본사가 레이어 계약을 끝내고 우리와 계약했다”는 입장이고, 레이어는 “정상 연장했고 상표권도 우리가 먼저 등록했다”며 맞섰다. 다만 레이어가 공개한 본사 서한에는 “한국 내 파트너는 레이어로, 클레비 계약은 취소됐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한다.

왼쪽은 할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택, 오른쪽은 레이어가 운영하는 정식 매장 제품의 택. 할인 매장 제품에는 제조사가 '㈜클레비'로 표기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왼쪽은 할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택, 오른쪽은 레이어가 운영하는 정식 매장 제품의 택. 할인 매장 제품에는 제조사가 '㈜클레비'로 표기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앞서 국내 법정 역시 레이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2025년 7월 레이어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고 클레비의 이의신청도 기각한 데 이어, 올해 5월 본안 소송에서도 클레비의 침해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레이어가 생산·판매하는 제품을 뺀 나머지 마리떼 제품은 가품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클레비는 본사와 맺은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계약의 준거법인 룩셈부르크법으로 유효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승부는 끝났다고 본다. 계약서가 여러 장이어도 특허청에 상표 사용권을 정식 등록한 쪽이 이기는데, 레이어는 이 등록을 마쳤고 클레비는 하지 않았다. 노재일 특허그룹 디딤 대표변리사는 “이 사건을 가른 건 계약서가 아니라 상표원부(특허청 상표 등록부)”라며 “미등록 사용권자는 등록을 마친 전용 사용권자를 이길 수 없고, 대법원도 지난해 이 원칙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향후 룩셈부르크 판단이 나오더라도 국내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강우경 법무법인 굿플랜 변호사는 “계약 유효성은 룩셈부르크법으로 가려야 한다”면서도 “레이어가 국내에서 거듭 이긴 만큼 그동안 쌓인 거래 신뢰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애먼 소비자다. 노재일 변리사는 “국내 권리관계는 사실상 이미 정리된 것”이라며 “그사이 해외 소송을 이유로 단속이 늦어지면,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수동의 또다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외국인 등이 타깃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성수동의 또다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할인 매장. 외국인 등이 타깃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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