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에 칼 빼든 정부…신고 건수도 3배 가까이 늘었다

경제

뉴스1,

2026년 7월 09일, 오전 06:20

3월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신문고 출범식의 모습. 2026.3.26 © 뉴스1 김도우 기자

정부가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이고 신고 체계를 손질하면서 피해 신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올해 기술탈취 신문고 접수 건수는 40건을 넘기면서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의 3배 가까운 수준에 달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기술탈취 신문고 접수 건수는 현재까지 4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는 16건, 2024년은 20건이었다.

기술탈취 신문고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유출과 기술탈취 의심 사례를 접수해 상담부터 조사·수사 연계, 피해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창구다.

정부는 지난 3월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신고 창구를 통합한 기술탈취 신문고를 개설했다. 온라인 신고 한 번으로 상담과 조사·수사 연계, 지원사업 신청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술 전문 변호사와 변리사가 초기 대응부터 지원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실제로 신문고 개설 이후 접수된 신고 가운데 기술탈취와 무관한 일부 사례를 제외한 대부분은 관계기관으로 배부돼 상담과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를 불과 몇 달 만에 넘어선 점도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의 기술탈취 근절 대책이 속도를 내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와 특허청,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대응단을 출범시켰다. 같은 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를 도입했고, 기술탈취 신문고를 신설하는 등 피해기업 지원 체계도 강화했다.

기술탈취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높일 계획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반복적이거나 악의적인 기술탈취 기업에 대해 최대 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정부 입찰과 정부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기존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와 비교하면 제재 수준이 크게 강화되는 셈이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6.7.7 © 뉴스1 김명섭 기자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국무회의에서 "50억 원 과징금도 최근 행정제재 수준과 기술 가치 등을 고려하면 사안에 따라 제재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피해 구제와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의 안착과 정액과징금 상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은 기술탈취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4년 기술침해 건수는 299건으로 집계됐으며 피해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18억 2000만 원에 달했다. 경찰청도 지난해 기술유출 범죄 179건을 수사해 380여 명을 검거했다. 이는 전년보다 45.5% 증가한 규모다.

다만 피해기업이 민사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정부 판결문 분석 결과 법원이 인정한 평균 손해배상액은 청구액의 17.5%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정부는 올해 법 개정을 통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했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의 조사 결과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기술분쟁에서 중소기업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다만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 2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실제 효과는 시행 이후 소송 과정에서 검증될 전망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고해도 입증이 어렵고 시간과 비용만 허비할 뿐 결국 얻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최근 정부가 기술탈취를 끝까지 추적해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으면서 이제는 '신고라도 해보자'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피해 구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입법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기술탈취 기업에 대한 최대 50억 원 과징금 부과와 정부 입찰·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하반기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까지 걸리는 기간도 최대한 단축해 제도가 현장에 신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기술탈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실질적인 억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후속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그간 성과 및 보완과제'와 관련해 안건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7 © 뉴스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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