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 격화에 코스피가 급락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나오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29.7원 내린 1498.5원을 기록했다. 2026.7.8 © 뉴스1 안은나 기자
달러·원 환율이 37거래일 만에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00원대로 내려왔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대규모 달러 자금 유입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진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 전환과 외환당국 경계감도 환율 하락을 뒷받침했다.
다만 장 마감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실제 ADR 자금의 환전 규모와 미국 물가 지표, 외국인 자금 흐름, 중동 정세가 환율의 1400원대 안착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 6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된 점도 장기적인 환율 안정 요인으로 거론된다.
1500원대 주간거래 종가 랠리 36거래일 만에 종료…5월 14일 이후 첫 1400원대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8일 달러·원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9.7원 내린 1498.5원에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가 150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5월 14일 1491.0원 이후 37거래일 만이다. 이로써 5월 15일부터 전날까지 이어진 36거래일 연속 1500원대 종가 흐름도 멈췄다.
이날 환율은 1516.5원에 출발한 뒤 하락 압력을 키우며 1500원선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주간거래 막판 1490원대 후반으로 내려섰다.
지난달 5일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이달 초까지도 1550원대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1일 주간 종가는 1554.9원, 2일은 1555.8원으로 고점을 높였다.
3일에는 1525.6원으로 하루 만에 30.2원 급락한 뒤, 6일 1530.3원, 7일 1528.2원으로 1520~1530원대에서 등락했다. 다시 29.7원 내리면서 지난 2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로는 4거래일 만에 57.3원 낮아졌다.
그러나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끝난 것 같다"고 밝히면서 환율은 오후 6시 기준 1513.34원까지 다시 올랐다.
환율은 이후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 이날 오전 6시 15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오전 6시 종가(1515.8원)보다 10.8원 낮지만, 전날 주간거래 종가인 1498.5원보다는 6.5원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ADR 자금 기대 선반영…"초기 물량 기대에 시장 강하게 반응"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자금 유입 기대가 원화 강세 재료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40조 원대, 달러 기준 280억~300억 달러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DR은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예탁증서로, 해외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회사에는 달러 자금이 들어온다.
대규모 자금이 단기간에 환전될 경우 달러 공급 충격이 커지면서 환율 하락 압력도 확대될 수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ADR 상장 목적이 시설자금 조달로 공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설자금이라고 하면 최근 하이닉스 쪽에서 발표했던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 건설 등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러려면 원화 환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 자금에 대한 선반영 기대가 크게 작용해 포지션을 미리 정리하면서 달러 매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금이 들어온다면 수급상으로는 매우 큰 재료이고, 환율도 1400원대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하이닉스 자금은 초기에 꽤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어 시장이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 흐름이 바뀐 점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360억 3000만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12거래일 만이다.
순매수 규모 자체가 큰 것은 아니지만, 최근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던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일단 멈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에 워낙 많이 팔다가 살짝 순매수한 것이어서 순매수 금액 자체는 작다"면서도 "반도체 수출로 들어오는 무역 흐름의 유입 자금이 있기 때문에 순매도가 순매수로 소액이라도 전환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경계감도 환율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
미무라 아츠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지난 7일 "최근 외환시장을 포함한 시장 동향에 대해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특히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민혁 연구원은 "한일 공조에 대한 메시지는 자주 나오던 것이 아니고, 굉장히 이례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시장도 많이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당국에서도 환율 안정 의지를 계속 일관적으로 표시했고, 시장 안에서도 환율이 오르면 당국이 누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이런 부분도 일정 부분 환율 하락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1400원대 안착, 결국 중동 상황에 달려…美 물가지표·외국인 수급도 변수
다만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계기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끝난 것 같다"고 밝힌 뒤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이에 달러·원 환율은 오후 6시 기준 1510원대까지 되올랐다가 야간 거래에서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9일 오전 6시 1500원대 초반에서 마감했다.
발언 직후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가는 5.4% 뛰어 배럴당 78달러 선을 넘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5.8% 올라 배럴당 74.55달러에 달했다.
중동 불안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달러 강세를 자극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트럼프의 발언은 워낙 변수가 큰 요소"라며 "우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물가 지표도 변수다. 다음 주 발표되는 미국 6월 물가 지표가 달러 강세를 다시 키울 경우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도 관건이다. 최근 환율 상승의 핵심 부담으로 꼽혔던 외국인 리밸런싱 매도가 다시 강해지면 환율은 1500원대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 조정과 함께 외국인 매도 강도가 약해질 경우 환율 하락 압력은 이어질 수 있다.
이민혁 연구원은 "8일 하루는 순매수 전환했고 내일부터 다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코스피가 조정을 받아야 외국인의 리밸런싱도 완화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환율도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된 점은 장기적인 환율 안정 재료로 평가된다. 정부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쏠렸던 거래 일부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흡수해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4시간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양한 변수를 유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