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술 도입 시대 끝났다"…일동·티움·팜어스와 손잡은 대원제약式 오픈이노베이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09일, 오전 08:27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예전에는 좋은 기술을 가져오는 것이 경쟁력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가져온 기술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발전시키느냐가 진짜 경쟁력입니다."

김주일 대원제약 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 (사진=김지완 기자)
김주일 대원제약 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 (사진=김지완 기자)



김주일 대원제약 연구개발(R&D)부문 부사장(약학박사)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업계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바이오벤처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단순히 라이선스 인(License-in)에 그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을 도입한 이후 임상개발과 적응증 확대, 용량 최적화, 글로벌 사업개발(BD)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신약으로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이러한 전략을 '대원제약식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대원제약은 최근 수년간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도 핵심 연구개발 역량은 내부에 축적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6일 회사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DW4421은 일동제약(249420)과 협력하고 있으며, 자궁근종 치료제 DW4902는 티움바이오와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한 사중작용 비만치료제 DW4321 역시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와 협업해 개발하고 있다.

세 파이프라인은 질환도, 기술도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외부 혁신기술과 대원제약의 개발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다.

김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단순히 기술을 사오는 회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좋은 기술은 밖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그 기술을 글로벌 제품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회사의 개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선스 인은 시작…신약은 임상에서 완성된다"

김 부사장은 대원제약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DW4421을 사례로 들었다.

DW4421은 일종제약과 협력해 개발 중인 차세대 P-CAB 치료제다. 그러나 그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기술도입 사례로 보지 않았다.

그는 "라이선스 인은 어디까지나 출발선"이라며 "실제 신약은 임상 전략과 적응증 확대, 용량 설정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대원제약은 현재 임상 3상에서 단순히 허가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최적 용량을 찾는 작업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통상 허가기관이 요구하는 단일 용량만으로도 임상은 가능하지만, 대원제약은 20㎎과 40㎎을 함께 평가하며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용량을 찾고 있다.

김 부사장은 "효과만 보면 두 용량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장기간 복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가장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이 가장 적은 최적의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가만 받으려 했다면 훨씬 쉽게 갈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 적응증 확대와 유지요법까지 고려하면 지금부터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벤처는 혁신, 제약사는 개발"…오픈이노베이션 진화

김 부사장이 생각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공동개발과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중작용 비만치료제 DW4321이다. 이 후보물질은 팜어스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하고 있지만, 실제 후보물질 최적화와 구조 설계, 연구개발은 대원제약 연구진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외부 전문가가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한 것은 맞지만 이후 후보물질을 수백 개 설계하고 가장 좋은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은 모두 내부 연구진이 수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GLP-1·GIP·글루카곤(GCG) 수용체에 작용하는 삼중작용 구조를 기반으로 네 번째 기전을 추가하기 위해 수백 종의 후보물질을 합성하며 최적 비율을 찾았다.

김 부사장은 "약 400개의 후보물질을 설계하고 비교하면서 가장 좋은 구조를 찾았다"며 "외부의 아이디어를 내부 연구개발 역량으로 완성시키는 것이 진짜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처음부터 우리 힘만으로 개발했다면 후보물질은 1000개,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이라며 "외부 전문성과 내부 연구역량이 결합했기 때문에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벤처는 아이디어, 제약사는 개발…역할 달라야 성공"

김 부사장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성공하려면 대기업과 바이오벤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벤처기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전을 발굴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반면 제약사는 임상개발과 허가, 생산, 사업화 경험을 갖고 있다. 서로 잘하는 것을 결합하는 것이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은 티움바이오(321550)와 함께 개발 중인 자궁근종 치료제 DW4902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DW4902는 경구용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길항제(antagonist) 계열 치료제로, 수술 외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자궁근종 치료 환경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물질이다.

김 부사장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신약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후보물질을 임상으로 끌고 가고 허가를 받고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은 또 다른 전문 영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기술을 사오는 회사가 아니라 키우는 회사가 되고 싶다"

김 부사장은 대원제약의 오픈이노베이션이 국내 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DW4421은 국내 허가 이후 남미를 중심으로 해외 파트너들과 공동개발 및 허가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국가에 따라 현지 임상을 함께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오픈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끼리 협력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까지 연결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사업개발을 담당한 김 부사장은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제 친구들 가운데는 글로벌 제약사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왜 우리는 본사가 될 수 없을까"라며 "우리 기술을 가지고 해외에서 임상을 하고, 라이선스 아웃을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회사가 되는 것, 그것이 제가 대원제약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픈이노베이션은 부족한 기술을 메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 방식"이라며 "앞으로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사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기술을 세계적인 신약으로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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