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약발 안듣는 수도권 집값…주거비, 물가 새 복병으로 부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0일, 오후 10:32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사진=뉴시스)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가 소비자물가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전월세를 비롯한 주거비용 상승세가 하반기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데다, 반도체 호황과 투자 수익 등으로 시중에 풀린 대규모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 전월세 포함 물가지수 ‘끈적한’ 상승세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2.3%)과 비교해 확연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3.4%)에 비해서는 낮지만,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의 반작용으로 전세의 월세화, 전세값 상승 등이 나타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거비의 경우 식음료나 유가 등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매우 낮은 반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용 부담은 크다. 한번 오른 주거비는 쉽게 떨어지지 않아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장기간 제약하는 고착성 물가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시 집세 비중이 1000 중에 99.1에서 105.2로 늘어날 예정”이라며 “올해는 전월비 집세 상승률이 0.1% 정도인데, 내년은 0.2%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자가주거비를 물가 품목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가주거비는 자신이 소유한 집을 주거용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 가치에 해당한다. 본인 집을 전세나 월세로 빌려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전세와 월세 등의 임대료는 반영되지만 자기 집에 사는 가구가 부담하는 주거서비스 비용은 공식 지표에 직접 반영되지 않아 실제 집값 상승과 물가 지표 간에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가주거비가 물가 품목에 포함될 경우 주거비가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기존 10% 수준에서 20~30%대까지 크게 늘어난다.

◇ 집값 상승 기대감 높아져…“소비위축·물가상승 우려”

하반기 주거비 물가를 자극할 대내외적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 폭은 재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6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27%에서 이번주 0.30%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시장의 유동성 흐름도 심상치 않다. 최근 반도체 등 전방 IT 산업의 역대급 수출 호조로 벌어들인 이른바 ‘반도체 머니’와 증시 및 자산시장에서 실현된 투자 수익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른바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화성 동탄·구리·용인 기흥구 등은 규제지역 지정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화성 동탄구의 아파트 값은 7월 첫주 1.29% 상승하며, 지난주(1.46%)보다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1%가 넘는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용인 기흥구는 이번주 조사에서 0.56% 올라 지난주(0.39%)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구리시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64% 상승했는데, 규제지역 지정 직전(0.30%)에 비해 상승폭이 2배 이상 확대됐다.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수도권 유망 지역의 매매 수요를 동시 자극할 경우, 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세와 월세 가격도 동반 상승할 공산이 크다. 주거비 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수출 호조에 따른 대규모 자금 유입이 경기 전반에는 호재이지만,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릴 경우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를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변동성이 낮은 주거비 물가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이후 가계 소비 위축과 물가 안정 기조 유지를 위협하는 핵심 뇌관이 될 수 있어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거비 상승에 따른 가계의 부담은 물가 통계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특정계층(세입자)를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 증가와 실질소득 감소 영향이 차별적으로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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