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직원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삼성전자 제공)/뉴스1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창신메모리(CXMT)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급증과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AI 시장 패권 경쟁 영향으로 역대급 시설투자(CAPEX) 경쟁에 돌입했다.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 규모만 20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110조 원 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으로 4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캐파 확대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 급증…하이퍼스케일러, AI 시장 선점 패권 경쟁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미국 마이크론, 중국 CXMT 등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 투자 확대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와 맞물려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아마존, 구글 등은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자체 AI 모델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수배 이상의 메모리 대역폭이 요구되는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등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은 선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또 반도체가 국가 핵심 안보 자산으로 강하게 부각되면서 각국 정부의 개입이 경쟁의 판을 키웠다는 평가다. 미국은 칩스법에 기반을 둔 지원으로 자국 내 제조 시설 유치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뚫고 독자적인 반도체 자립 생태계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있어 서로 견제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다"면서 "수조 원 규모의 선제적인 투자를 주저하면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기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P&T7이 들어설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부지.(SK하이닉스 제공)/뉴스1
마이크론의 증설 압박과 중국의 범용 물량 공세라는 이중고 속에 국내 반도체 양강은 정면 돌파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투자할 예정인 금액만 172조 원가량이다.두 기업은 내년 말까지 차세대 노광장비 도입에만도 11조 9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후공정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자본을 집중해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완전히 벌린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반도체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시설과 연구개발(R&D)에 총 110조 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을 모두 갖춘 '원스톱 설루션' 역량을 강화해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또 HBM 등 고부가 제품 시장에서는 확고한 위상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잠시 숨을 고르던 평택 P5 공장의 골조 공사를 재개하며 전면적인 인프라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를 통해 265억 710만 달러(약 40조 원) 규모 초대형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구축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건설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을 위해 21조 6081억 원의 신규 시설투자를 의결했다. 기존 9조 4000억 원 투자분을 포함하면 1기 팹에만 총 31조 원가량이 투입된다. 조달 자금은 또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에는 19조 원이 활용된다. 또 차세대 공정 양산 대응을 위해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 11조 9000억 원을 사용한다.
삼성전자가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한 차세대 'HBM4E' 12단 제품 모습.(삼성전자 제공)/뉴스1
마이크론, 美 백악관 지원받아…CXMT, 中 반도체 자립 추진
미국 마이크론은 공급망 자국화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 반도체 양강을 추격 중이다. 올해 설비투자에 전년 대비 120% 급증한 11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증설 전략은 백악관의 지원을 배경으로 삼아 수립됐다. 최대 20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 연방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지급받을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오는 2035년까지 미국 뉴욕과 아이다호 등에 총 2500억 달러(약 376조 원) 이상을 순차적으로 투자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한 자릿수에 불과한 자사 D램 물량의 미국 본토 생산 비중을 40%까지 직접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추가로 일본 히로시마에도 약 14조 원을 투입해 차세대 HBM 전용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봉장인 CXMT는 거대한 내수 시장 장악을 위해 범용(레거시) D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CXMT는 이달 중 상하이 증시 커촹반에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단행해 295억 위안(약 6조 50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시장에서 확보한 자금은 허페이와 베이징에 위치한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의 확장에 전면 투입된다. 업계에 따르면 CXMT는 DDR4와 LPDDR5 등 범용 D램 생산라인 고도화에 조달 자금을 대부분 배정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고부가 HBM 공정으로 자원과 인력을 집중하는 틈을 파고든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제재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레거시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 중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AI 투자 사이클이 지속되는 동안 투자 중심의 경제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AI 투자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 빅테크 기업 위주로 단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수익화가 지연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강한 기업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 구조에 따른 국가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j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