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 개선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삽화)
안마의자와 침대, 렌털 가전으로 나뉘어 있던 웰니스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숙면과 회복을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하면서 '수면'이 새로운 경쟁 축이자 홈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 세라젬, 에이스침대, 코웨이, 시몬스 등은 수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강화하며 홈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인공지능(AI), 생체 데이터, 마사지, 모션베드, 수면 센서 등을 결합한 '수면 설루션'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수면의 질 저하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2024년 8시간4분으로 2019년보다 8분 줄었다. 수면시간이 감소한 것은 1999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잠 못 이룸' 행위자 비율도 7.3%에서 11.9%로 상승했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 원에서 2021년 3조 원으로 10년간 6배 이상 성장했다.
협회가 인용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기준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 5000명에서 2022년 109만 8000명으로 28.5% 늘었고, 같은 기간 진료비는 1526억 원에서 2851억 원으로 86% 증가했다.
제품 아닌 '수면 경험' 경쟁…AI·데이터 결합 가속
수면을 더 이상 침대나 매트리스 시장에 국한하지 않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숙면이 건강관리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안마의자와 의료가전, 렌탈가전 업체들까지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경쟁의 무게중심이 제품 성능에서 데이터 기반의 지속 관리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침대나 안마의자의 기능과 성능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의 경우 슬립테크를 매트리스 브랜드 '라클라우드'에 국한하지 않고 헬스케어로봇 기반 수면 설루션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라클라우드는 최근 2~3년간 전체 매출의 약 10% 수준으로,로보모드의'깊은 수면'이나 '아침 활력' 등 숙면·회복 관련 프로그램도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하반기 라클라우드 신제품을 출시하고 AI와 생체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업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수면을 하나의 제품군이 아니라 장기간 고객과 접점을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으로 보고 AI와 생체 데이터, 구독 서비스를 결합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세라젬도 수면을 홈 헬스케어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다. 척추·순환·근력·뷰티 관리 등을 제공하는 '웰니스권'의 올해 상반기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수면 기술 개발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CES 2026에서 공개한 '유스 베드 위드 AI 헬스 컨시어지'와 '홈 메디케어 베드' 등 침대형 헬스케어 설루션도 상용화를 목표로 고도화하고 있다.
코웨이 역시 슬립·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BEREX)를 중심으로 수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비렉스는 지난해 연결 매출 7199억 원을 기록했고, 국내 침대 사업 매출도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
올해는 스트레칭 모션베드와 안마 매트리스, 수면센서 매트리스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수면센서 매트리스는 호흡과 심박, 뒤척임 등을 감지해 개인별 수면 관리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침대업계 역시 단순히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숙면 경험을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격 경쟁보다 체형 분석과 체압 분산, 통기성, 모션베드 등 수면의 질을 높이는 요소를 앞세우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에이스침대는 하이엔드 브랜드 '에이스 헤리츠'의 2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전년 대비 90.0%, 올해는 11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침대를 장기간 사용하는 투자재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매트리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동수면공학연구소를 통해 개인의 척추 형상과 체압 분포를 측정하고 체형에 맞는 침대를 추천하는 ICT 기반 맞춤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홈 헬스케어 시장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수면은 하루 중 가장 긴 생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향후 건강관리 서비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면 경쟁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맞물리면서 수면이 홈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면은 일상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인 만큼 데이터를 축적하고 서비스를 확장하기에 적합한 영역"이라며 "침대와 안마의자, 의료가전, 렌털가전 간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수면을 중심으로 한 홈 헬스케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