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출 항구인 부산항이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 연합뉴스)
비슷한 관점에서 국제기구들이 주목하는 것은 ‘경기순응성’의 함정이다. 제프리 프랭클 등 많은 경제학자들은 대다수 신흥국이 호황기에 세수가 늘면 지출을 확대해 정작 돈이 필요한 불황기에는 재정 여력이 바닥나 있는 패턴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가부채가 장기적으로 계속 불어나는 이른바 ‘적자 편향’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각국 정부가 세수 호황기의 초과분을 저축하지 못하는 문제를 꼽았다.
스위스는 198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였던 정부 부채가 1998년 56%까지 치솟자, 2003년 ‘채무제동장치(Debt Brake)’를 도입했다. 경기조정된 세입 전망에 연동해 연간 지출 한도를 정하고, 불황기의 적자는 반드시 호황기의 흑자로 상쇄하도록 법으로 못박았다. 팬데믹 대응이나 국방비처럼 이 틀을 벗어나는 지출은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고, 6년 안에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스웨덴 역시 경기순환 전체에 걸쳐 GDP 대비 1% 흑자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재정준칙으로 명문화해, 호황기에 쌓은 완충자금을 불황기에 푸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초과세수를 활용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줄이고 국채를 상환해 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기금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면 국회의 심의와 견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져 재정 운용의 투명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초과세수를 미래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돈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쓰겠다는 방침과 미래 세대가 감당할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자는 주장은 사실 같은 목표를 가리키고 있다. 다음 반도체 다운사이클이나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을 넓혀 두는 것 역시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볼 수 있어서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 등 우리나라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