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3대 해양절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삼선암©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혼자 가면 밥도 못 먹는다. 울릉도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야기들이다. '바가지 섬'이라는 오명은 여행을 망설이게 할 만큼 강력하다.
하지만 7월 초 생애 처음 울릉도를 찾은 기자가 직접 둘러본 풍경은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이미지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물가는 생각보다 합리적이었고, 현지 상인들은 오히려 "문제는 바가지가 아니라 왜곡된 인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계 삼겹살'과 '1인 식사 거부' 논란 이후 굳어진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주요 음식 가격과 카페, 편의시설은 예상보다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다만, 관광객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접근성 개선과 관광 이미지 회복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울릉도 행남 해안산책로©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댓글 90%는 안 와본 사람"…바가지 오명의 실체
"댓글을 읽어보면 90%가 안 와본 사람이에요. 나머지 10%는 패키지로 왔고."
저동항에서 3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주 신비횟집 사장의 말이다. 이 사장은 울릉도 바가지 논란의 실체를 패키지 여행 구조에서 찾았다.
"2박 3일에 독도까지 가고 먹고 자는데 29만 9000원이에요. 배표만 15만원이고 독도 표도 6만원인데 이게 말이 되나. 이렇게 싸게 온 건 생각 안 하고 밥이 부실하다고 불평하는 거죠."
이 사장에 따르면 초저가 패키지의 경우 여행사와 가이드가 식사비에서 4000~5000원씩 중간 마진을 떼가면 식당에 돌아가는 실제 밥값은 6000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6000원짜리 밥이 밥이 나오겠냐"는 게 이 사장의 항변이다.
1인 식사 거부 논란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단체만 받는 식당에 가서 1인 식사 안 된다고 하면 그게 뉴스가 되는 구조"라며 "단체 예약을 이미 다 받아놓은 식당에서 누가 추가로 받겠냐"고 했다. "그걸 구구절절 해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울릉도 사람들이 아무 말 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개인 여행객의 만족도는 전혀 다르다는 게 현지인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이 사장은 "개인으로 오시는 분은 '서울에서 이 가격에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없다'며 오히려 싸다고 한다"며 "몇 년째 계속 오시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울릉도 따개비 죽과 오징어 초회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무더위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꽁치물회, 한치물회©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물회 2만 원·카페 서울 가격…직접 가보니 달랐다
직접 체험한 울릉도 물가는 '바가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회는 1인~1.5인분이 2만 원에서 2만 5000원. 모듬회는 소(2인) 10만 원부터 대(4인) 16만 원까지였다. 따개비죽 2만 원, 따개비 칼국수 1만 5000원, 삶은 오징어 초무침 3만 원(2~3인용), 엉겅퀴소고기국 1만 6000원.
나리분지에서 먹은 산채정식 2만 5000원은 명이나물, 전호나물, 삼나물, 섬쑥부쟁이, 눈개승마, 산고사리까지 울릉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산나물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산채비빔밥은 1만 5000원, 오삼불고기는 1만 8000원이었다.
카페 가격은 서울과 다를 바 없었고, 맥주·소주·막걸리 등 주류도 육지와 동일했다.
렌터카는 1일 6만 원부터 시작해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다. 도동항이 복잡해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점은 있지만, 섬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엔 충분했다. CU와 GS25 등 체인 편의점이 14곳이나 들어와 있어 생필품 구매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울릉도 나리분지에 자리한 산채정식 전문점©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식탁 위를 나물로 가득 채운 올라온 산채정식©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울릉도 현지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물 파는 좌판대©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물론 모든 물류를 배로 실어 나르는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가는 건 사실이다. 이 사장은 "기름값만 봐도 육지보다 200원 정도 비싸고, 예전에는 400~500원까지 차이 났다"며 "다만 요즘은 물류가 좋아져서 그나마 물가가 저렴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고가의 칡소나 독도새우만이 아니다. 종류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산나물이야말로 울릉도 식문화의 진짜 주인공이다. 8월부터는 오징어 시즌이 시작되는데 씨알이 굵고 맛이 좋아 쫄깃한 회나 시원한 오징어 내장탕이 일품이다.
숙취 해소에 좋은 꽁치 물회는 현지인들의 별미이고 울릉도 고로쇠는 일반 고로쇠보다 맛이 깊고 진해 '천연 보약'으로 통한다. 홍감자, 돌김, 홍해삼, 홍합, 따개비까지 먹거리만으로도 울릉도를 다시 찾을 이유는 충분했다.
여기에 물놀이는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물속 가시거리가 놀라울 만큼 깊고 넓어 다른 어떤 국내 휴양지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이면 내수전·사동·남양·태하 등 4곳의 해수풀장도 운영돼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관광객 27% 급감…"진짜 문제는 바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울릉도가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울릉도군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울릉도 관광객은 3만 898명으로 전년 6월(4만 2526명)의 73% 수준으로 급감했다. 1~6월 누적 관광객은 14만 1477명으로 전년(16만 9142명) 대비 84% 수준에 그치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 회장은 관광객 감소의 원인으로 '강릉~울릉' 여객선 중단과 바가지 오명을 함께 꼽았다. "강릉 노선이 끊기면서 젊은 층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고, 비계삼겹살 사건 이후 울릉도에 대한 관광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포항~울릉'을 오가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현재 울릉도를 오갈 수 있는 여객선은 '포항~울릉'(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뉴씨다오펄호)과 묵호~울릉'(씨스타1호) 등 3편뿐이다. 서울에서 KTX와 페리를 갈아타면 편도 6시간 이상이 걸린다.
2028년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접근성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현지 상인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관광 이미지 개선과 먹거리·볼거리 인프라 개선 등 울릉도 자체적인 부분은 민관의 적극적 협력과 대응을 통해 시급히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