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사옥 전경 (사진=HLB)
◇세 번째 CRL도 제조시설 문제…FDA “재실사 필요할 수도”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의 미국 종속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현지시간 9일 FDA로부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CRL을 수령했다.
HLB는 엘레바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FDA는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NDA)과 캄렐리주맙의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통합 심사했으며,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른 허가 결정 목표일은 오는 23일이었다.
FDA는 CRL을 통해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 결과 해당 시설에서 결함사항을 발견했다”며 “시설이 cGMP를 준수하는 상태에 도달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재실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FDA는 또 실사에서 확인한 지적사항이 엘레바의 신청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캄렐리주맙 품목 자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해당 시설의 전반적인 품질관리체계나 다른 생산공정에서 발견된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신청서에 등록된 제조시설이 cGMP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하면 해당 품목도 승인받을 수 없다.
HLB는 2024년 5월과 2025년 3월에도 CRL을 받았다. 회사는 두 차례 모두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보다는 CMC와 생산시설 실사 문제가 핵심이었다고 설명해왔다. 세 번째 심사에서도 제조시설 적합성이 마지막 관문으로 지목됐지만 결국 같은 유형의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은 셈이다.
HLB는 최근까지 보고서 대체 실사(Reports in Lieu of Inspection·RLI) 등 현장실사를 서류 검토로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해외 인허가 전문가들은 실제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한 전문가는 앞서 “실사 생략이나 문서 검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FDA가 실사 없이 서류 검토로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이번 공시에는 FDA가 실사한 시설의 정확한 명칭과 위치, 실사 시점, 결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8일 HLB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항서제약 제조시설 실사와 관련해 “회사에 접수된 추가 사항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회사가 실사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지, 이번에 문제가 된 시설이 기존에 시장에서 주목했던 항서제약 제조시설과 다른 곳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른 신약 심사에서도 제조시설 문제가 반복적으로 승인 지연을 초래했다. 미국 유니사이시브(Unicycive Therapeutics)는 지난달 30일 고인산혈증 치료제 '옥시란타넘 카보네이트'(oxylanthanum carbonate, 이하 OLC)에 대해 두 번째 CRL을 받았다. 유나사이시브는 지난해 6월 첫 CRL을 받고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재제출했지만 FDA는 기존 CRL에서 지적한 제3자 제조업체 결함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FDA는 재제출 심사 과정에서 해당 시설 실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스웨덴 카무루스(Camurus)도 지난달 10일 말단비대증 치료제이자 '옥트레오타이드'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오클레이즈'(Oclaiz, 개발명 CAM2029)에 대해 두 번째 CRL을 받았다. 앞서 FDA는 2024년 9월 제3자 제조업체의 실사 결과 제조시설 관련 결함을 이유로 같은해 10월 첫 CRL을 보낸 바 있다. 이후 카무루스는 NDA를 재제출했으나 기존 실사에서 지적한 사항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차 CRL을 받았다.
HLB는 “보완사항을 신속히 보완해 FDA에 재승인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설의 시정·예방조치와 FDA 검토, 재실사가 필요할 경우 재제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승인 지연에 상업성도 의문…높은 부작용·경쟁 심화 부담
진양곤 HLB그룹 의장은 최근 증권사 영업점을 직접 순회하며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리보세라닙 승인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세 번째 CRL로 허가 시점이 다시 불투명해진 데다 향후 승인을 받더라도 실제 처방 확대와 상업적 성공은 별개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의 경쟁 환경이 과거보다 치열해진 상황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승인하고 판매는 다른 부분”이라며 “부작용이 심하다고 하는데 다른 약들도 있는 상황에서 왜 이 약을 써야 되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HLB 측은 단순한 이상반응 발생률만으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안전성이 경쟁요법보다 떨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HLB 관계자는 “주요 고등급 이상반응이 고혈압과 간수치 상승, 단백뇨, 혈소판 감소, 수족증후군 등 항혈관신생 TKI 계열에서 이미 알려진 유형”이라며 “환자 모니터링과 일시적인 투약 중단, 리보세라닙 용량 감량 등을 통해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CARES-310에서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두 약물을 모두 중단한 환자는 4.4%, 치료 관련 사망은 0.4%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생존기간(OS) 측면의 차별성도 약해졌다. 지난해 4월 FDA 승인을 받은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3.7개월이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CARES-310 최종 분석 mOS는 23.8개월이다. 서로 다른 임상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절대 수치가 비슷해지면서 HLB가 내세워온 ‘역대 최장 OS’만으로 경쟁약과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졌다.
회사도 과거보다 상업화 기대치를 보수적으로 산정한 모습이다. HLB제약이 지난 2일 정정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국내 직접판매 매출은 2029년 74만1000달러(약 11억원), 2035년 1675만달러(약 253억원)로 추산됐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2029년 0.9%에서 시작해 2035년 18%까지 오르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는 HLB가 2024년 제시했던 발매 3년 차인 2029년 글로벌 매출 3조1000억원, 글로벌 시장점유율 50%라는 전망과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인다. 과거 전망은 글로벌 매출을, 이번 증권신고서는 HLB제약의 국내 직접판매 매출을 대상으로 해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신약 허가 이후 국내 시장 침투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단기간에 대규모 매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가정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최근 시장에서는 진 의장이 IR에서 허가 결정이 3개월 연장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풍문도 돌았다. HLB 측은 당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며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바 있다.
진양곤 HLB그룹 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