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락가락 신평사와 눈먼 당국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전 11:28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금융감독원에 내는 정기 업무보고요? 아니면 대외에 공시하는 신용등급 변동현황요?"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건수에 부도 기업이 포함되는지 묻자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에게서 돌아온 첫 반응은 되물음이었다. 두 보고서마다 부도 반영 여부와 산출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통계를 직접 만드는 당사자가 자사 수치의 출처조차 곧바로 짚어내지 못하는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정기 업무보고 안에서도 헤맸다. 보고서 안에 여러 섹션이 나뉘어 있다 보니, 하향 건수에 부도가 포함된 섹션과 부도가 개별 항목으로 따로 나열되는 섹션을 가려내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같은 회사, 같은 보고서 안에서조차 부도 처리 방식이 정리돼 있지 않다면 외부에서 이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두 사례 모두 특정 실무자의 업무 미숙이나 실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상하향배율이라는 지표 하나를 확인하는 데만 수 시간이 걸린 것도, 신평사 내부에서 기준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탓이 크다.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핵심 지표를 산출하는 당사자들조차 스스로 헷갈려 하는 모습에서, 신용평가 업계의 안일한 관리 실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 수를 내린 기업 수로 나눈 값으로, 크레디트 시장의 온도를 보여주는 대표 선행지표로 꼽힌다. 정작 이 지표를 만드는 신평 3사의 부도 반영 기준은 제각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도를 하향에 포함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전면 제외한다. NICE신용평가는 두 기준을 혼용한다. 가장 무거운 악재인 부도를 분모에서 빼면 배율은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시장은 그만큼 안정적으로 보이는 왜곡이 생긴다.

금감원에 제출되는 정기 업무보고에는 상하향배율이라는 항목 자체가 없다. 개별 기업의 등급 변동 내역만 나열될 뿐, 이를 종합한 배율은 어디에도 계산돼 있지 않다. 신평사 관계자들이 어떤 보고서, 어떤 항목을 두고 하는 질문인지부터 헷갈려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의 반응은 더 허탈했다. 주석에 부도 건수를 밝히고 있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 주석을 근거로 상하향배율을 다시 계산해보라고 하면 금감원도 선뜻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듯하다. 로데이터만 쌓여 있을 뿐, 이를 가공해 시장에 보여주는 지표가 없어서다.

투자자들은 주석까지 하나하나 대조하며 크레디트 동향을 살피지 않는다. 공시된 상하향배율 등으로 1차 판단을 내릴 뿐이다. 3사 3색의 엇갈린 잣대가 버젓이 공표되는 상황을 방치하는 당국의 태도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업 불확실성이 커진 크레디트 시장에서 엇박자를 내는 신용 지표는 투자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시장과 당국에 정확한 위기 시그널을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통일된 공시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마련하는 등 당국과 신평업계 모두 뼈를 깎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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