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한 방울까지 따진다”…GMO 표시 확대에 식품업계 원료관리 비상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13일, 오후 05:4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식품업계가 간장, 물엿, 식용유 등 기초 원료 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가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대상을 확대하면서다. 소비자 알권리 확대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식품사 입장에서는 원료 사용 현황 점검부터 포장재 교체, 원료 증빙, GMO·Non-GMO 구분관리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에 따라 표시 대상 품목과 원료 사용 현황 점검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으로 간장, 당류, 식용유지류가 GMO 표시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는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 대두나 옥수수 등을 원재료로 사용했더라도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 사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됐다. 앞으로는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유전자변형 원료를 쓴 간장과 물엿·올리고당 등 당류, 대두유·마가린 등 식용유지류에는 GMO 사용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

시행 시점은 품목별로 다르다. 한식간장과 양조간장 등 간장류는 오는 12월 31일부터 변경 기준을 적용받는다. 물엿과 올리고당 같은 당류, 대두유와 마가린 등 식용유지류는 내년 12월 31일부터 적용된다. 식약처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나눴다.

문제는 대상 품목이 식품 제조 전반에 쓰이는 기초 원료라는 점이다. 간장, 물엿, 식용유는 단독 제품으로도 판매되지만 라면, 소스, HMR, 과자, 냉동식품, 급식·외식 식자재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폭넓게 쓰인다. 표시 기준 변화가 일부 제품군에 그치지 않고 완제품 업체와 B2B 식자재 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오뚜기는 이번 표시기준 개정 대상이 되는 식용유지류, 당류, 간장류 제품의 원료를 우선 확인·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파악한 영향 품목은 식품 유형 기준 10개 이상이다. 식용유지류, 쇼트닝, 마가린, 당류가공품, 간장 및 혼합장 등이 포함된다.

비용 부담도 구체화되고 있다. 오뚜기 측은 “식용유지류, 당류, 간장류 중 GMO 원료를 Non-GMO로 교체할 경우 원재료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며 “GMO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표시해야 하기 때문에 포장재 디자인 변경으로 발생하는 동판비 교체 비용 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수입 원료의 경우 증명서와 시험성적서 확보, 검증을 위한 업무와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도 표시기준 개정에 따른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CJ제일제당은 “식품 관련 법령과 표시기준의 변화에 맞춰 원재료 운영, 표시 대상 여부 및 제품 적용 사항 등 제반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이번 GMO 표시기준 개정 역시 이러한 대응 체계 안에서 종합적으로 점검 및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단순 포장 교체를 넘어 원료 관리 체계 자체에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표시기준 개정 시 포장재 교체 등에 따른 추가 업무나 비용은 불가피하게 수반된다”며 “이번 GMO 표시기준 개정은 Non-GMO/GMO 원료의 구분 관리를 위한 시설 투자 비용 또한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상도 표시 변경과 원료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 조치에 따라 간장, 당류, 식용유지류 제품군을 대상으로 표시 변경 필요성 및 원료 변경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GMO 원료와 Non-GMO 원료를 수급 단계에서 완벽하게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료 전환을 검토하더라도 GMO와 Non-GMO 원료를 조달·보관·유통 과정에서 완벽하게 분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가격 부담, 공급망 관리 문제가 함께 따라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인식도 변수다. GMO 표시는 안전성 경고 표시가 아니라 원료 사용 정보 제공에 가깝지만, 소비자가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소비자는 GMO 표시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제 영향은 GMO 표시 제품들이 시장에 판매되는 시점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간장, 물엿, 식용유 등 이번 확대 대상 제품은 가정용 소비뿐만 아니라 급식 및 외식 시장에서도 많이 소비되는 식품으로 Non-GMO 선호 양상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제품 품질, 원료 관리, 공급 안정성 및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등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 알권리 확대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GMO 표시 확대는 단순히 라벨 문구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원료를 쓰는지, 이를 어떻게 증빙할지, 원료를 어떻게 구분 관리할지까지 포함하는 문제”라며 “Non-GMO 원료 전환 수요가 커질 경우 원가와 수급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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