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채로 몰린 투심…소외된 A·BBB급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모채 발행액은 21조297억원으로 전년 동기(34조4720억원) 대비 39% 감소했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의 선별 현상도 한층 뚜렷해졌다. 전체 시장에서 각 신용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량채의 마지노선인 'AA-' 등급 이상으로 자금이 집중되며 크레디트 단층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제 발행 물량이 가장 많은 ‘AA-’ 등급의 올 상반기 비중은 전체 발행 물량 중 36.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8.9%) 대비 7.6%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한 단계 위인 ‘AA’ 등급 역시 25.7%에서 30.1%로 비중이 확대됐다. 시장 전체 파이가 크게 줄어드는 와중에도 AA와 AA- 두 등급이 전체 회사채 발행 물량의 3분의 2(66.6%)를 차지하며 선방했다.
반면 허리급에 해당하는 A+ 이하 물량은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A+’ 등급 회사채의 올해 상반기 발행액은 2조7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8800억원 대비 44.4% 감소한 것은 물론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2%에서 12.9%로 1.3%p 하락했다. ‘A’ 등급과 ‘A-’ 등급의 비중도 각각 7.4%, 3.1%로 전년 동기 대비 0.2%p, 0.7%p 떨어졌다.
비우량 진입 구간인 ‘BBB+’ 등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상반기 BBB+ 등급 발행액은 2600억원으로 전년 동기(8280억원) 대비 68.6% 급감했고, 시장 내 비중은 2.4%에서 1.2%로 반토막 났다. 유일하게 ‘BBB’ 등급 비중이 0.7%에서 1.5%로 늘었지만, 절대 규모 자체가 3150억원 수준에 불과해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조달 금리 상승에 신용 충격까지
전반적인 공모채 발행 감소 속에서 비우량채 비중 축소가 더욱 두드러진 배경에는 가파르게 뛴 조달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 ‘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5.59%로 연초 4.52% 대비 107bp(1bp=0.01%p) 급등했다.
같은 기간 ‘BBB’ 등급 금리 역시 연 7.81%에서 연 8.89%로 108bp 치솟았다. 특히 비우량 최하단인 ‘BBB-’ 등급은 10%대를 돌파하는 등 불과 반년 만에 조달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발행사들이 회사채 시장 진입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측면의 냉각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4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신청에 이어 6월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연쇄 부도 처리 및 법정관리 신청까지 겹치면서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두 사태 모두 신용등급 ‘A-’에서 ‘BBB’급에 걸친 기업들에서 불거진 신용 이벤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해당 등급 구간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한층 키웠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크레디트시장 안팎에서는 우량 경계선 부근의 단층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중견 기업들의 구조적인 자금난이 하반기 시장의 가장 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하한선을 'AA-'로 엄격하게 긋고 있다”며 “대기업들조차 외부 보증 없이는 자체 신용만으로 우량 등급을 찍어내기 버거울 만큼 투심 한파가 매서운 상황에서, A급 이하 채권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특정 등급 이하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수요 단절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며 “유동성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A~BBB급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불어나며 발행 시장의 허리가 무너지는 구조적 변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